강녕전의 운명

    기고 / 시민일보 / 2007-02-04 19: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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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근(노원구청장)
    강녕전의 첫째 화두는 그 쓰임새와 규모에서 찾아봐야 한다.

    “이 전각은 임금 침전중 대침(大寢)이지요… 그러니까 이 건물에서 주무시는 거지요… 그 좌우에는 동소침(東小寢)과 서소침(西小寢)이 있어요… 각각 연생전(延生殿)과 경성전(慶成殿)이 그것이지요… 강녕전 뒤편으로는 연길당(延吉堂)과 응지당(膺祉堂)이 있어요… 그러니까 음양오행의 원리에 순응하여 침전(寢殿)을 배치한거죠…”“정면 11칸 측면 5칸으로 도합 55칸이고 대청마루가 있어요… 왕의 공간이라서 그런지 월대(月臺)가 크게 설치돼 있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그 전각의 작명코드이더냐?

    아무리 아마추어 답사꾼이라 하더라도 ‘그것! 만수무강(萬壽無疆)이니 수복강녕(壽福康寧)이니…’하는 뜻은 알고 있을 터이다.

    하여튼 삼봉 정도전은 조선왕조실록에서 그 작명의 변(辨)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임금이 강녕해야 그 혜택이 백성에 이른다. 강녕(康寧)은 오복(五福)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가운데 하나지만 그 강녕을 갖추어야 겸하여 오복(五福)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이 강녕전은 그 생애가 그리 대통(大通)하지 못한 편이다.

    불에 타고 다시 짓고 이축(移築)하고 다시 건축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항상 일본이 그 불행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태조 4년 1395년에 건립됐으나 1592년 임진왜란 때 불탔다… 고종 4년 1867년에 재건되었으나 일제가 1917년 창덕궁으로 옮겼고… 거기서 이름도 희정당(熙政堂)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강녕전은 1995년에 세워졌다.”

    여하튼 이제는 강녕전이 더 이상 훼멸(毁滅)되는 불상사가 없어야겠다.

    셋째 화두로는 임금의 침소(寢所)에 대한 관찰소견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강녕전 탐방의 중심 코어(Core)는 ‘과연 임금님이 어느 방을 썼는지’를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웬 일인가? 함부로 임금의 침전(寢殿)을 훔쳐보다니… 불경스러운 생각이 든다.

    여하튼 조심조심 대청마루를 밟고 침실을 들여다봤다.

    “우물정(井)자형으로 방이 구획되어 방이 무려 9개나 있어요… 임금은 그 중심 방을 사용하고… 그 주위 8개방은 입직 상궁(尙宮)들이 이용했어요.”

    하지만 기대한 것과는 달리 아무 치장물이 없어 호화니 사치니 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임금의 신변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인지 가구나 병풍(屛風)같은 물건은 놓지 않았다.

    통상 궁궐내에는 후원(後園)을 제외하고는 큰 나무는 아예 심지 않는다. 사실 명·청나라의 자금성에도 후원 ‘어화원(御花園)’을 제외하고는 나무가 없다.

    이제 강녕전 용(龍)마루에서 넷째 화제(話題)를 찾는다면 정말 감동은 배가 될 터이다.

    “저기 저 강녕전의 지붕마루를 봐요! 용마루가 없잖아요? 저 뒤편의 교태전도 용마루가 없네요?”

    소위 ‘무량각법(無樑閣法)’이다.

    유독 두 전각의 지붕에 왜 용마루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마치 짓다가 그만둔 미작건물(未作建物)같아 흉해보일 거요… 그러나 무룡(無龍)마루가 지엄(至嚴)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전각은 마치 신전(神殿)처럼 보일 거요!”

    아마 그 감동의 메시지(Message)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능가할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용마루’를 만들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두 학설이 있으나 지엄(至嚴)의 의미에서 상호 일치한다.

    ‘갑설(甲說)은 왕과 왕비는 용과 같다. 두 마리 용이 동침(同寢)하여 새 용을 생산한다. 따라서 지붕에 용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을설(乙說)은 왕과 왕비는 하늘과 대화하는 중재자이다. 지붕에 바로 용마루가 있으면 그 통로를 막는 것이다.’

    하여간 창덕궁의 대조전(大造殿), 창경궁의 통명전(通明殿)도 용마루가 없는데 그것도 같은 연유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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