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의 진실 가치

    기고 / 시민일보 / 2007-02-07 19:42:46
    • 카카오톡 보내기
    이노근(노원구청장)
    하지만 아미산의 진실코드(Cord)는 과연 조영물의 문양(紋樣)이 무엇인가에 맞춰질 때 빛이 난다.

    “육각형 굴뚝은 그 재료를 구운 벽돌로 만들었는데… 그 각 부위에는 여러 종(種)의 길상(吉祥) 문양이 있어요… 학·봉황·소나무·매화·대나무 등등… 그것들은 인간들의 부귀영화와 장생불사의 염원을 담고 있어요… 장수·축복·강녕·권세·재물·명예·절개·방호 등을 상징하지요.”

    그런데 아미산(峨嵋山) 화계를 평론함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조형굴뚝 일거다. 통상 굴뚝이란 연기나 잘 뿜어주면 그만일 텐데 구태여 정원 조형물(造形物)로 재주를 부렸을까?

    하여간 굴뚝 구조물에 대한 그와 같은 조형연출은 기어코 그 굴뚝을 국가의 문화재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아미산의 풍수학적 가치를 발견하려면 무엇보다 그 곳이 명당길지(明堂吉地)라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 지점이 바로 ‘풍수혈지(風水穴地)’이기 때문이다.

    “백두산 혈기(穴氣)가 북악산으로 흘러나와 아미산(峨嵋山)에서 그 혈점(穴占)이 뭉쳐지고… 그 혈기가 교태전(交泰殿)에 공급되며… 그래서 왕비는 강건하게 왕손(王孫)을 생산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건순각(健順閣)도 그 혈점에 배치했다는 주장이다.

    이제는 교태전 답사꾼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하나를 시정해야겠다.

    교태전의 이름을 중국 자금성에서 따온 게 아니냐는 ‘아류설(亞流說)’이 그것이다.

    “중국 자금성엘 가면 교태전이란 궁전이 있어요… 그걸 생각해서 그런지 혹시 경복궁 교태전이 거기서 따온 아작(亞作)이 아닌가 의심을 하는 거죠.”

    그러나 그 논쟁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경복궁은 자금성보다 그 축조한 연도(年度)가 십수 년 앞서 있거든요… 경복궁의 흥례문, 근정전, 사정전 등 주요 전각은 1394년~1395년에 축조되었지만 자금성은 1406년~1420년에 지어졌어요.”

    따라서 경복궁의 여러 전각의 작명을 자금성에서 따왔다고 할 수 없는 거다.

    그렇지만 경복궁 ‘교태전’이 만들어진 것은 세종 22년 1440년이니 그 모작(模作) 논쟁에서 완전히 해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례고공기(周禮考工記)등에서 지칭하는 ‘교태’라는 용어는 주역의 음양교합사상(陰陽交合思想)을 말하는 것으로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로 봐야 할 거다.

    여하튼 이 천학이 그렇게 쩔쩔매며 모작시비(模作是非)를 해명하려하자 동행한 노영감이 거들어 주었다.

    “경복궁, 자금성 각각의 교태전은 그 이름이 동명(同名)이라 하더라도 용도가 다르지요… 자금성 교태전은 황제가 축제일 등에 신하들한테 알현(謁見)을 받은 곳이지 황후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고… 그러니까 명대(明代)에 황후의 중궁전은 자금성 교태전 후면에 있는 곤녕궁(坤寧宮)이었어요… 청대(淸代)에는 황제·황후의 신혼 침실로 사용했고요.”

    그런데 교태전의 답사에서 궁녀들의 신분질서는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는 학습과제이다.

    “궁궐 여인들의 수장(首長)은 왕비이지요… 궁녀에는 왕과 처첩(妻妾)관계가 있는 내관(內官)과 궁중 업무에 종사하는 궁관(宮官)이 있어요… 이를 합쳐 내명부(內命婦)라 하지요.”

    그렇다면 그들의 품계는 어떠하더냐?

    “성은(聖恩)을 입은 궁녀는 직책이 없더라도 벼슬을 받지요… 그러니까 후궁의 8품계를 알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거요… 빈(嬪:정1품)→귀인(貴人:종1품)→소의(昭儀:정2품)→숙의(淑儀:종2품)→소용(昭容:정3품)→숙용(淑容:종3품)….”

    그처럼 임금의 성은(聖恩)을 입은 후궁(後宮)들은 상위 벼슬이 제수되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 궁인직(宮人職) 여성들은 하위 품계에 그친다.

    여하튼 얼핏 그들의 궁중생활이 화려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팔자가 매우 고단하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