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문화예술의 시대를 맞아

    기고 / 시민일보 / 2007-02-11 16: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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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우(의정부 우석갤러리 관장)
    의정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우석(雨石) 갤러리를 개관한지도 10년이 지났다.

    갤러리를 하기 전 나의 직업은 삼성물산의 SS패션이라는 잘나가는 의류매장이었기에 직업을 바꾼다는 것이 나에게는 모험과도 같았다.

    처음 갤러리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가 그러하듯이 욕망과 패기로, 지역의 유명작가들을 초대, 30여회가 넘는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문화의 불모지인 의정부시를 깊은 잠에서 깨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 열정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지인들에게 일일이 팸플릿과 초대장을 돌리며 개인적으로는 전시회 개최를 비롯해 넓게는 의정부시의 미술계 앞날을 걱정하며 지인들과 밤이 새는 줄 몰랐다.

    그러나 좋은날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고 IMF라는 국가부도 사태가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간간히 이어오던 작품 매매는 뚝 떨어졌고 그나마 생계유지 차원에서 아끼던 소장품을 헐값에 팔기도 했지만 당시는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기에 미술품 구입은 전무한 상태로 사치로 전락됐다.

    평생 타인에게 신세는 물론이고 피해주기를 죽도록 싫어하는 알량한 본인의 성품 탓인지 그나마 버텨오던 갤러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찻집경영을 선택하며 미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역시 예술이 상업적 이익창출에는 거리가 먼 것인지 그리 얼마가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의정부를 사랑한다.

    그래서 척박한 예술의 땅 의정부를 못 떠나고 맴돌고 있다.

    어쩌면 미술품과 수석, 갤러리를 마음속에서 영원히 놓을 수 없는지도 모른다.

    무척이나 힘들었던 한때 소장하고 있던 수석이라도 팔아서 제2의 도약을 하려고 아침 일찍 매매 시장을 맴돌았지만 저녁나절 집으로 돌아온 내손에는 가지고 간 몇 푼으로 사들인 조그마한 수석하나가 쥐어 있었다. 큰 병이다.
    결국 얼마 후 병이 도져 또다시 갤러리를 준비했다.

    이번 개관목적은 전시와 판매보다는 많은 예술인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도 적당한 공간이나 미술관이 없는 현실에 갤러리를 저가에 빌려주는 대관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인테리어도 그에 맞춰, 4개월간 꼼꼼히 준비했다.
    특히 조명에 신경을 써 국내 최초의 감성적인 필룩스 자연조명을 설치해, 찬 것은 더욱 차고 더운 것은 더욱 열정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요즘도 대관문의는 전무한 상태로 시민과 함께 하려던 개관 때의 의욕은, 열정은 이제 점차 시들어가고 있고, 관심을 기울여야할 기관과 유지, 그리고 외면하는 언론, 작가들의 영세성, 경제의 불황이 원인은 아닌지. 또 한번 세상을 모르는 생뚱맞은 인간으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의정부 예술의 현주소는 어떤가. 예술의 전당 건립과 함께 연극, 클래식, 대중가요, 오페라 등 국내유명 예술인들이 속속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있다.

    그런데 전시문화 예술은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여성회관, 경기 제2청사, 문화원 등 전시일이 100일을 넘고 있지만, 내놓으라는 중견작가의 작품 및 전시회는 전무하다. 원로화가나 작고작가는 상설 전 자체가 없었으며 작가나 작품에 대한 자문과 구입 안내문의처 조차 없다.

    내 작품이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의정부 작가 선생님들만 가끔 눈에 띠기만 할뿐이다.

    21세기 문화예술의 시대를 맞아 우리 의정부 시에서도 작품만 보면 알 수 있는 작가와 이름만 들어도 격조가 느껴지고 품격이 있는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통하는 그런 작품들이 공공장소마다 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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