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의 관광자원화

    기고 / 시민일보 / 2007-02-13 19: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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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 회장)
    {ILINK:1} 예로부터 글을 쓴다고 하면 “아이고, 배 좀 곯게 생겼구먼”하고 혀를 끌끌 차는 어른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글뿐이 아니다. 그림을 그려도 가난할 수밖에 없었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러도 돈이 넉넉할 수는 없었던 것이 우리네 세상살이였다.

    한마디로 예술 방면에 뛰어든다는 것은 자신의 소질과 신념 때문이었지 밥벌이의 수단으로서는 가장 처지는 직업이 예술이었다. 더구나 유교의 영향으로 엄격하게 신분을 구분했던 조선왕조 시대에는 글 쓰는 이를 제외한 다른 예술분야는 모두 하층민들만의 전유물이기도 했다.
    글줄이나 배우고 쓸 줄 아는 이는 사대부 신분이어야 가능했지 상민들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글방도령 시중을 들면서 어깨너머로 글을 익힌 머슴의 자식은 글을 안다는 이유 하나로 역적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오직 양반을 위한 노리개에 불과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환쟁이’로 불렸고 줄을 타거나 노래를 부르는 이는 ‘재인(才人)놈’이었으니 호칭부터 아예 높여 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출중한 천재인 ‘환쟁이’는 궁중에 불려 들어가 궁중화가 노릇을 하면서 약간의 대접을 받기도 하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대로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이도 있다. 그러나 소리꾼이나 춤추고 줄이나 타는 이들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양반잔치에 빠질 수 없는 어릿광대 노릇은 했지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살아있는 예술혼은 어떤 악조건도 꺾을 수 없었으며 그러기에 그들이 남긴 발자취가 지금까지도 맥맥히 이어져 이제는 어엿한 민족예술로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신분사회가 철폐되고 민주주의 시대가 열리며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대우는 상전벽해가 될 만큼 크게 달라졌다. 광대로 불리던 이들은 배우, 탈렌트, 개그맨, 코미디언, 성악가, 가수 등으로 호칭이 바꿔진 것은 물론이고 각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연예 예술을 전공하는 학과를 신설하여 이 방면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수한 사람에게는 무형 문화재라는 국가가 인정하는 최고의 명칭으로 대우해준다.

    요즈음 청소년들의 우상은 이들 연예인이다. 세계적인 현상이 된 연예인들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기만 한다. 과거의 설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이제는 명성과 부귀를 누리는 예술인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창조적인 예술적 능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고 환호한다. 글을 쓰는 이들도 뒷짐 지고 양반 행세하던 시절은 갔지만 소설가나 시인으로 사회의 존경을 받는다.

    이들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탐구력은 주옥같은 문학작품이 되어 독자를 감동시킨다.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흐름에 따라 작품의 양과 질도 크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문학상을 받아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게 되었고 노벨상 심사기관인 한림원에 추천된 사람도 여럿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문학상을 탄 사람이 나왔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수상자가 없다.

    첫 번째 노벨상을 평화상으로 받은 김대중은 햇볕정책을 적절히 이용하여 상은 받았다고 하지만 뒷말이 그치지 않고 있어 크게 명예로울 것도 없는 처지로 낙하했다. 이런 실정 하에서 우리나라도 곧 세계적인 문학상의 대열에 끼어들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우리네 문학풍토의 풍요로움에 있다. 역량 있는 작가들이 쏟아져 나온다. 군사독재 시대에는 글로써 세상을 비판하고 풍자할 수 있는 공간이 제약받았다. 그러나 지금 어떤 문학인이건 세속의 권력 때문에 자기가 쓰고 싶은 작품을 슬며시 뒤로 미뤄놓는 사람은 없다.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의 제약을 받던 분단 이데올로기도 문제가 안 된다.

    게다가 매스 미디어의 발달로 발표할 공간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단행본 출판이나 한정된 잡지사의 인쇄매체만 상대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온갖 신문 잡지는 물론이요 사보나 동인 그룹의 발표지면도 많고 컴퓨터의 발달은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발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작품을 쓸 수 있고 발표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유명세를 얻은 소설가는 출판사의 스카웃 대상으로 떠오른다. 주옥같은 글을 남긴 유명 문학인의 고향에는 그의 문학을 기리는 기념비나 시비가 서 있다.

    지방자치제는 정치적으로 발달한 측면인데 예술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쟁적인 기념사업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이들을 기념하는 잔치가 벌어진다. 강원도 봉평에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마산에는 이은상의 가고파, 군산에는 채만식의 탁류가 흘러간다. 전주와 부안에는 신석정과 백양촌이 자리 잡고 이매창 공원도 있다. 세익스피어의 생가는 영국을 찾는 이들의 관광코스다. 문학도 즐기고 관광도 할 수 있는 폭 넓은 활용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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