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丹靑)의 색채학적 메시지

    기고 / 시민일보 / 2007-03-06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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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근(노원구청장)
    그런데도 현대판 인간들은 두 당집에는 별로 기억할 만한 역사가치가 없다고 느끼는지 방치해 놓고 있다. 그 단청(丹靑)은 이미 그 윤기(潤氣)와 색감(色感)을 잃은 지 오래고 기둥과 서까래도 크게 부식됐다. 도대체 관리당국은 왜 두 당집을 제대로 손질을 하지 않고 버려두고 있을까?

    ‘단청(丹靑)은 사람으로 치면 몸통을 온전하게 보호하는 복장(服裝)이나 다름없을 텐데….’

    혹시 누가 ‘문화재는 그저 고색창연해야 되지!’라고 말을 한다면 그건 너무 궁색할 거다. 그러나 두 당집의 몰골과 행색을 더욱 쓸쓸하게 만드는 것은 관계당국의 천대(賤待)일거다.

    그 순간 역사조어(歷史造語) ‘을씨년스럽다’가 문득 떠오른다.

    “1905년 을사년(乙巳年) 그러니까 대한제국의 국운(國運)이 기울어 갈 무렵이죠… 그 해 일본은 무슨 흉계인지 대한제국의 주권을 관리해주겠다며… 그해 11월 을사보호조약을 강권으로 맺고 주권을 빼앗았지요… 당시 백성들은 얼마나 상실감에 빠졌는지… 장안은 비탄(悲歎)에 잠겨 적막해졌고… 이에 격분한 충절(忠節)들이 자결을 하고… 어떤 의인(義人)들은 병기(兵器)를 들었고….”

    그러나 일제의 무력 앞에는 워낙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그 조약체결 이후 바로 백성들은 당시의 울분을 ‘을사년(乙巳年)’의 발성(發聲)에 빗대어서 ‘을씨년스럽다’는 말로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현대판 문화인들은 대관절 그런 ‘을씨년스럽다’의 어원(語源)조차 모른 채 무심코 그걸 사용하니 정말로 씁쓸하다.

    이제부터는 단청개론(丹靑槪論)으로 두 당집의 화두를 확장시켜야겠다. ‘조선의 단청’이 강론주제이다.

    노교수의 강론을 들어보면 당신도 그가 박식(博識)하다는 걸 알 거다.

    우선 단청을 왜 하는지 그 이유부터 알아볼 터이다.

    ‘어떤 민속학자(民俗學者)는 궁궐이나 사찰은 아주 신성한 곳이니 마구니들이 함부로 침범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고… 어떤 건축가는 건물의 위엄과 신비를 도모하기 위한 장엄술(莊嚴術)의 하나라고 설명을 하고….’

    그러나 단청이 방습(防濕)·방충(防蟲)에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목재(木材)의 부식부패(腐蝕腐敗)를 지연시킨다는 데는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다. 그러나 두 당집의 단청은 이미 다 헤어졌으니 이제는 그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

    하여간 기왕에 단청론(丹靑論)을 접하였으니 좀 더 강론을 확장할 터이다.

    궁궐 조영자(造營者)가 추구하는 단청미학(丹靑美學)을 발굴하려면 색상의 종류에서 찾기보다는 그 메시지(Message)가 과연 무엇이냐 에서 구해야 할 거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오방색을 궁궐 단청에 채용했을까?

    “오방색은 풍수지리학상 각각 방위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빨강은 그 방위가 남쪽이라 따뜻하고 밝으며 파랑은 동쪽이라 봄의 기운이 돋고 만물이 발육하며… 검정은 북쪽이라 차갑고 어두우며 하양은 서쪽이라 생명의 기운이 약해지고 물러나며… 황색은 그 네 방위상 중심이고 위계상(位階上) 가장 높으니….”

    그러나 정작 단청문양(丹靑紋樣)은 그 주제가 무엇인지를 잘 모를 거다. 아무리 건물단청을 뚫어지게 살펴봐도 그저 무당색(巫堂色)같이 울긋불긋하고 요란할 뿐 그 문양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사람이나 동물을 그린건지 아니면 나무나 꽃을 나타낸 건지….”

    이 천객의 관찰력은 그걸 알아내는데 미치질 못했다.

    “교수님! 궁궐 단청의 주제(主題)는 무엇일까요?”

    “단청의 그림소재는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 등 사신도(四神圖)에서 찾거나… 수(壽), 복(福), 희(喜) 등 길상 문자를 그렸지요.”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사찰 단청과는 주제가 다르다는 점이다.

    “사찰단청은 주로 비천상(飛天像), 연화(蓮花), 보상화(寶相花) 문양 등 이지요.”

    그러한 단청문화의 가치는 무엇보다 동양문화권에서 우리 민족이 독자적으로 보유한 전통문양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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