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여 세계를 지배한 예수의 희생과 사랑

    기고 / 시민일보 / 2007-03-11 18: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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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기(중국북경대학 연구교수)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 즉 하느님 자신이냐 아니냐 하는 신학적 문제를 여기서 가리고 음미해 보려는 의도는 없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예수가 하느님 그 자신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일단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온 다음부터 지극히 인간적인 고통과 인내와 눈물과 환희 그리고 피눈물 나는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

    나는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조차 엄밀하게 따져보면 예수가 창안해 낸 기독교 문화의 한 곁가지일 뿐이므로 20세기가 저물기 전에 러시아와 동유럽의 공산주의 실험이 막을 내리고 모태인 기독교 문화에 흡수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중국과 북한 등 아시아의 공산주의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전혀 별개의 이념과 체제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가끔 예수에 대하여 투정 비슷한 생각을 한다.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다음 3년간의 포교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예수는 먼저 ‘성령에 이끌려’ 마귀의 시험을 받기 위해 광야로 나간다.

    이스라엘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스라엘 중부의 사해를 중심으로 펼쳐진 광야는 장구한 세월의 침식작용으로 아주 오랜 옛날 평지였던 땅이 침식작용에 의하여 산처럼 솟아 있고 주변은 아찔할 정도의 단애로 이루어진 지형이 많다.

    예수의 가르침인 기독교는 예수의 죽음이라는 값진 희생 위에서 핀 꽃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가르침인 기독교 정신의 요체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사랑’을 말하고 ‘구원의 메시지’를 말하기도 하나, 나는 죽음에 몸을 던지는 자기희생과 절제된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빼버린 예수의 가르침과 기독교라는 종교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예수의 가르침, 즉 기독교는 로마 제국과 함께 번창했고 중세의 어둠 속에서 지배이념을 제공했으며 근대에 이르러 자본주의와 융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본주의는 시장경제와 자유의 가치를 근간으로 하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제도를 지향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기독교의 엄격한 자기통제의 덕목을 개발한 프로테스탄트 지역에서는 민주주의와 융합하여 발전을 이루었으나 구교 지역인 남미나 동유럽 등지에서는 퇴행적인 면모를 보였다.

    예수를 닮은 자기희생의 윤리관을 전제로 하지 않는 구원의 메시지는 정치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복무하고 선민의식과 결합하여 인류사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20세기에 두 가지 기적을 이룬 나라다. 하나는 ‘한강의 기적’으로 명명된 경제적 성취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의 부흥이다.

    20세기에 전 세계에서 기독교가 가장 부흥한 나라로 대한민국이 꼽힌다. 신도 70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교회도 한국에 있고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고 있는 나라도 대한민국이다.

    이쯤 되면 기독교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지표가 되어야 마땅하고 정치 지도자들이나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의 도덕적 사고와 행위의 밑바탕을 이루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교회 지도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대한민국에서 기독교, 즉 예수의 가르침은 빌려 입은 옷처럼 여전히 낯설고 생활 속에 침투되어 있지 않는 ‘당신들의 종교’로 따로 돌고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그 엄청난 교회의 위세와 신도의 숫자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우리 민족과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예수와 같은 자기희생의 강렬한 신념과 윤리로 무장한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교황 선출에 참여하는 추기경도 있고, 매끄러운 설교로 선민들을 끌어 모으는 ‘명품 교회’의 ‘유명목사’들도 많으나, 예수와 같은 치열한 ‘사랑’의 화신은 아직 이 땅에 태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 지도자가 태어난 이후에야 예수의 가르침은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고, 시장경제와 자유의 가치, 그리고 민주정치와 결합하여 새로운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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