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벤을 향해 (2)

    기고 / 시민일보 / 2007-03-27 16: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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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변호사) 譯
    아무런 기약도 없이 정치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밝힌 그녀는 이후 오로지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21세의 젊은 처녀. 아무리 정치에 대한 뜻이 있더라도 그것이 금방 실현될 정도로 사회가 녹록하지 않다. 그래도 그녀의 그 후의 인생은 오직 빅벤(국회의사당 시계탑)으로 향해 갔던 것이다.

    1947년 옥스퍼드를 졸업한 마가렛 로버트는 그 해 가을부터 플라스틱 회사로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브리티시 자일로나이트 사(British Xylonite, BX 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때 기술자로 채용된 대학 졸업 신입사원 중에 마가렛을 포함하여 세 명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들의 업무는 플라스틱 원재료를 사용해서 연구실에서 실험하여 공장에서 실제로 제작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보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공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그녀의 대화 스타일은 어느 때나 잘난 체했고 너무 정중했다. 게다가 코를 위로 향하는 식의 대화 스타일은 상대방을 깔보는 느낌조차 들게 했다. 공원들은 그녀를 ‘공작 부인’이라거나 ‘마가렛 백모님’이라 불렀다. 야당 당수가 되고 나서 그녀가 말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생이 타이르는 식의 어투라고 무턱대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으로 취직한 직장에서도 이미 사람들이 싫어하고 있었다.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영화가 있다. 영국의 언어학자 히긴즈 교수가 오드리 헵번이 역할을 맡은 런던 하층 처녀 일라이저의 천박한 말투를 고쳐 공주로 다듬어내는 이야기이다. 말하는 스타일에 따라 계급이 다른 것을 나타내어, 말하는 스타일만 고치면 계급을 바꿀 수 있는 영국 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실제로 노동자계급, 중산계급, 상류계급의 말하는 스타일의 차이는 외국인인 우리가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다. 귀가 밝은 영국인이라면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기만 해도 출신 지역이나 교육 정도를 알아 채곤 한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미국 사투리 영어를 말하는 대학원생이 있었다. 미국인치고는 하는 짓이 영국인적이었다. 그 사내가 어디 출신인지가 화제가 되어, 귀가 밝은 필자의 친구가 “내가 알아오지”하고 말을 꺼냈다. 그는 그 대학원생을 붙잡고 20분 정도 잡다한 이야기를 했는데, 얼마 후 돌아와서 “리버풀의 하층계급 출신인데 그걸 감추려고 미국 액센트를 사용했어. 그러나 아무래도 리버풀 하층계급의 액센트를 버릴 수 없는 단어가 몇 개쯤 있었어”라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이야기했던 것이다.

    영국인은 대화에 의해 자신의 계급이나 교육 정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계단을 올라 가려는 자는 말투를 더욱 세련되게 하려고 노력한다. 즉 더 높은 계급의 액센트를 익히려 한다. 마가렛도 여학교 무렵부터 그 노력을 시작했다. 말투를 고치기 위해 가정교사를 두고 노동자계급의 말투가 아니라 중산계급의 말투, 그것도 그 중 상위계급의 말투를 습득하려고 했던 것이다. 노동자 계급 출신인 아버지가 특별히 신경썼던 것이다.

    그녀가 ‘공작부인’이라 불린 것은 그 노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인 공원들은 이런 도도한 말투에 반발했다. 계급 차이가 있다는 걸 지적하는 듯한 말투를 싫어하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대처가 보수당 당수 또 수상이 되고 나서도 ‘선생이 학생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이 말투에는 비판이 가해졌다. 대처는 측근이나 PR 회사의 건의도 있어 몇 번이나 말투를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중단하고 말았다. 십대에 사회의 계단을 오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으로 익힌 것을 50세 가까이 되어 다시 버리라고 해 봤자 무리일 것이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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