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 회장은 결국 젊은 여성이라도 보수당에서 입후보할 수 있다는 선까지 양보했다. 그랜트가 특정 여성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랜트가 “그 후보자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하고 마가렛을 소개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밀러 회장이나 마가렛 자신이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가렛은 바로 이 순간이 정치가가 되기 위한 찬스라고 느꼈다. 마음의 흥분을 가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란디드노의 바닷가를 걷고 있던 마가렛은 밀러 씨 등 다트포드 그룹과 뜻밖에 만났다. 그들과 몇 분 동안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이 그룹 사람들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제 마가렛의 마음은 결정되었다. 찬스가 왔다고 느낀 것이다.
마가렛 대처라는 여성은 결코 비범한 인간도 비범한 정치가도 아니다. 인간적으로 폭이 넓지도 않았고, 깊은 정치적 소양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는 무슨 일을 결정할 때의 순간적인 번뜩임---정치적 천재라는 정치가가 가진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노력형이었다. 말하자면 권력의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타입의 정치가였다. 하지만 단 하나 그녀에게 다른 정치가보다 걸출한 점, 비범함이 있었다. 그건 “찬스를 찬스로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기회를 정치의 결정적 찬스라고 본능적으로 잡아채는 능력이 탁월했다. 게다가 그 찬스를 발판으로 삼아 스스로의 정치 생명을 비약시켜 가는 능력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었다.
전기 작가 스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말하는 ‘인류를 위한 별의 시간’을 알아내어 그것을 움켜잡는 힘이 대처에게는 있었다. 대처는 정치적 천재는 아니었으나, ‘별의 시간’을 알아내는 데는 유례 없는 비범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시간’을 스스로의 것으로 할 수 있는 본능적 민감함을 갖추고 있었다. 결정적 순간에 스스로를 던져 넣을 수 있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처는 천재였던 것이다. 그녀는 그 천재성을 반 평생 동안에 세 번 정도 발휘한다. 란디드노 바닷가에서 다트포드의 선거구에서 하원 선거에 출마하려고 결심했을 때가 바로 첫 번째였다.
당시 영국의 사회가 여성 정치가를 용인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아직 그 정도로 여권이 신장되지도 않았다. 정치가를 계속 배출한 명문 가족 출신인 여성이 극소수 정치가가 된 정도였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을 뿐인 23세의 여성이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무모한 일이었다. 게다가 다트포드 선거구는 노동당이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그저 마가렛 로버트에게 다행이었던 것은 영국의 선거 입후보자 선출이 매우 민주적이었다는 점이다. 아직도 그렇지만 하원선거에 입후보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각 정당의 입후보자 선정위원회에 입후보자가 되겠다고 신청한다. 이 위원회는 신청자들을 한 곳에 모아 연설을 시킨 다음 일종의 면접시험을 실시한다. 위원회는 각 당의 유력자 또는 당원 선거에서 뽑힌 사람들로 구성되는데, 이 위원회가 신청자의 연설이나 면접으로 판단하여 입후보자를 뽑는다. 현직 의원이 입후보를 표명하는 경우 대부분은 그대로 입후보자로 뽑히지만, 의원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을 때나 유력한 신인이 나타났을 때는 의견이 갈라지게 되고 위원회 내부의 투표로 입후보자를 뽑게 된다.
어쨌든 정치가가 되려는 자는 이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여야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누구라도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돈도 지반도 명성도 필요 없다. 그저 사람을 설득하거나 감명을 주는 재주가 뛰어나면 되었다. 즉 리더가 될 수 있는 소질만 있으면 되었다. 이런 것들이 영국민주주의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하지만 마가렛은 바로 이 순간이 정치가가 되기 위한 찬스라고 느꼈다. 마음의 흥분을 가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란디드노의 바닷가를 걷고 있던 마가렛은 밀러 씨 등 다트포드 그룹과 뜻밖에 만났다. 그들과 몇 분 동안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이 그룹 사람들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제 마가렛의 마음은 결정되었다. 찬스가 왔다고 느낀 것이다.
마가렛 대처라는 여성은 결코 비범한 인간도 비범한 정치가도 아니다. 인간적으로 폭이 넓지도 않았고, 깊은 정치적 소양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는 무슨 일을 결정할 때의 순간적인 번뜩임---정치적 천재라는 정치가가 가진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노력형이었다. 말하자면 권력의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타입의 정치가였다. 하지만 단 하나 그녀에게 다른 정치가보다 걸출한 점, 비범함이 있었다. 그건 “찬스를 찬스로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기회를 정치의 결정적 찬스라고 본능적으로 잡아채는 능력이 탁월했다. 게다가 그 찬스를 발판으로 삼아 스스로의 정치 생명을 비약시켜 가는 능력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었다.
전기 작가 스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말하는 ‘인류를 위한 별의 시간’을 알아내어 그것을 움켜잡는 힘이 대처에게는 있었다. 대처는 정치적 천재는 아니었으나, ‘별의 시간’을 알아내는 데는 유례 없는 비범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시간’을 스스로의 것으로 할 수 있는 본능적 민감함을 갖추고 있었다. 결정적 순간에 스스로를 던져 넣을 수 있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처는 천재였던 것이다. 그녀는 그 천재성을 반 평생 동안에 세 번 정도 발휘한다. 란디드노 바닷가에서 다트포드의 선거구에서 하원 선거에 출마하려고 결심했을 때가 바로 첫 번째였다.
당시 영국의 사회가 여성 정치가를 용인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아직 그 정도로 여권이 신장되지도 않았다. 정치가를 계속 배출한 명문 가족 출신인 여성이 극소수 정치가가 된 정도였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을 뿐인 23세의 여성이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무모한 일이었다. 게다가 다트포드 선거구는 노동당이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그저 마가렛 로버트에게 다행이었던 것은 영국의 선거 입후보자 선출이 매우 민주적이었다는 점이다. 아직도 그렇지만 하원선거에 입후보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각 정당의 입후보자 선정위원회에 입후보자가 되겠다고 신청한다. 이 위원회는 신청자들을 한 곳에 모아 연설을 시킨 다음 일종의 면접시험을 실시한다. 위원회는 각 당의 유력자 또는 당원 선거에서 뽑힌 사람들로 구성되는데, 이 위원회가 신청자의 연설이나 면접으로 판단하여 입후보자를 뽑는다. 현직 의원이 입후보를 표명하는 경우 대부분은 그대로 입후보자로 뽑히지만, 의원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을 때나 유력한 신인이 나타났을 때는 의견이 갈라지게 되고 위원회 내부의 투표로 입후보자를 뽑게 된다.
어쨌든 정치가가 되려는 자는 이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여야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누구라도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돈도 지반도 명성도 필요 없다. 그저 사람을 설득하거나 감명을 주는 재주가 뛰어나면 되었다. 즉 리더가 될 수 있는 소질만 있으면 되었다. 이런 것들이 영국민주주의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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