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업무지침 법률 우위?

    기고 / 시민일보 / 2007-04-04 2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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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열(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ILINK:1} 다른 나라에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행정권은 터무니없이 규제일색이다. 어지간한 사항은 민간에게 이양해야 더 효율적이라는 통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다면 행정부처에서 그 권한을 쥐고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권은 날이 갈수록 비대해진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견된다.

    중등교육 과정까지는 교육부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을 인정하자. 나이 어린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일선학교에만 맡길 수 없다는 노파심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쩡하게 경쟁위주로 해오던 입시문제를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쥐고 흔드는 것은 교육의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더구나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완전무결하게 교육부가 관장하고 있는 현실은 대학 측의 상당한 저항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소위 삼불정책이라고 부르는 신입생 선발권, 고교등급제, 기여 입학제에 대한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한번 틀어쥔 권한을 내놓기 싫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 신입생 선발권만은 반드시 대학 측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여론이다.

    고도의 학문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교육이 수능시험이라는 평준화 시험에 의해서 기계적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은 우수한 두뇌의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질을 높이는데서 찾아야 한다.

    가장 자율적인 일 처리가 요구되는 교육행정을 몇 사람의 관료들이 책상에 앉아서 거들먹거리는 것은 결국 세계 100대 대학에 서울대학교 조차 진입하지 못하는 수모를 자초하는 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두드러진 관권위주의 탁상행정은 어느 부처에서나 목격되는 일이다.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 공장 증설문제도 환경부의 완강한 권한으로 꼼짝달싹하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일부 지역의 요구에 매달리지 말고 현실적으로 가장 값싸고, 빠르며,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 옳다.

    이번에 미국과의 FTA를 성사시킨 노무현정부에 대해서 그 동안 비판에 앞장서온 메이저 신문들이 잇달아 상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청와대 대변인조차 어리둥절하다고 표현했지만 고정관념을 깬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며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이다.

    따라서 모든 행정부처는 조그마한 권한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대의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과감히 쇄신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이 칼럼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주제도 이에 따른 문제점을 보여주자는 데 그 핵심이 있다.

    곧 돌아오는 4월19일은 부정선거로 얼룩진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정권을 수립한 기념비적인 4.19 혁명 47돌이다. 비록 5.16 군사 쿠데타에 의해서 그 색깔이 바래긴 했지만 군사정권에서도 ‘의거’로나마 명맥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4.19 혁명을 의거로 격하한 후 당시 주역들에게 4.19 의거 공로자로 포상을 한다고 통보했다.

    이를 받아드린 사람들은 건국포상을 수여받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주역들은 이를 거부했다. 우리는 ‘혁명’유공자지 ‘의거’유공자가 아니라는 자부심에서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다. 국가보훈처에서는 47주년을 맞이하는 4.19 혁명 기념일에 포상하기 위해서 공로자 신청을 접수하여 75인이 선정되었다. 대학교수가 중심이 된 심사위원회(위원장 이만열)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들 중 4인이 행정자치부 임의로 시행하고 있는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걸려 추천대상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른바 형사처벌을 받은 자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그 중의 한 사람은 필자다. 필자는 상지대학교 분규와 관련하여 진실규명운동본부 공동대표 5인이 명예훼손 혐의로 함께 피소된 바 있으나 약식기소를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1심에 계류 중이다.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한 차례 재판도 없는 사건이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건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전 세계의 공통법리다.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등 어떤 공직을 맡아도 거칠 게 없다. 모든 법률은 형 확정자도 일정 기간만 지나면 형의 실효를 통하여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도록 정해져 있다.

    또 신법은 구법에 우선하며 법률은 명령에 앞선다. 그런데 법적근거 없는 ‘지침’으로 상훈법에 따른 건국포상을 무효로 한다는 것은 법률상 모순이며 원천무효다. 하위규정이 최상위의 법률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행정자치부의 ‘정부포상 업무지침’은 당연히 무효로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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