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벤을 향해 (11)

    기고 / 시민일보 / 2007-04-09 16: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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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변호사) 譯
    신혼시절이라고는 해도 가정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법률 공부와 동시에 에세이를 쓰고 교육 문제 강연회에 강사로 참석했다. 잡지 ‘선데이 그래픽’에 쓴 선동 연설이라고도 볼 수 있는 문장에서는 여성들을 향해 “눈을 떠라”고 호소했다. 여성이 평등한 지위를 요구하려면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일을 해야 하며, 가정을 위해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성이 일함으로써 가정이 희생된다는 사고는 잘못이라고 몰아세우면서, 가정과 일을 양립시키고 있는 저명한 여성들을 증거로 삼았다.

    “여성이 일에서도 동등한 실력을 낸다면 주요 각료 포스트에도 남성과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여성 재무장관, 외무장관이 있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재무장관, 외무장관을 예로 들기는 하였지만, 수상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은 점이 흥미를 끈다. 어지간히 드센 그녀도 이 나라의 수상자리에 여성이 앉는 것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하였던 것이다.

    보수당 당수 선거 입후보를 결심하기 1개월 전조차 금세기내 영국에 여성 수상이 탄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니 정치 세계에 들어가기 일보 전인 이 시점에 대담한 예측을 하는 건 무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누군가가 여성이 재무장관이나 외무장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당의 리더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 확신하였던 내면의 목소리는 이때부터 그녀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하고 1년 8개월 후에 마가렛은 쌍둥이를 낳았다. 마크와 캐롤이다. 마가렛은 병원 침대에서 어머니가 된 기쁨을 음미하면서 이미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4개월 후로 다가온 법정 변호사 시험에 수험신청서를 제출할지 여부였다. 갓난아이들을 돌보면서 지독한 시험 공부가 가능할 것인가? 이때 마가렛은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다시 일할 수 없게 된다”고 스스로를 분발시켰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자신은 필사적으로 될 것이다. 자신은 시험에 떨어지는 불명예를 감수할 수 없을 것이다.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서 스스로를 격려하려고 마음먹었다.

    남편 데니스의 수입으로 갓난애를 돌볼 보모를 고용할 여유가 있었다. 어머니가 된 많은 여성들이 도와줄 사람도 없이 결국은 일을 포기한 것과는 달랐다. 그녀는 혜택 받은 환경에 있었다. 그런 환경의 유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직업을 가지지 않은 여성들에 대해 “눈을 떠라”고 하는 점에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출산 4개월 후 마가렛은 보기 좋게 법정 변호사 자격 시험에 합격했다. 갓난애들을 돌보면서 난관에 도전하여 이를 끝까지 해 낸 초인적인 행동이었다.

    “실패하는 것은 내 프라이드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급한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는”데 성공한 것이다. 쫓겼을 때, 공격 받았을 때 그녀가 강하다는 것이 여기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 후 정치가로 대성함에 따라 몇 번인가 위기에 몰렸으나 그 때마다 그것을 뒤엎은 것은 몰렸을 때 보여주는 그녀의 반발력 덕분이었다. 그녀는 ‘공격에 탁월한 정치가’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데, 공격 받았을 때 특히 심하게 공격받아 궁지에 몰렸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정치가이기도 했다. 여자이니까 공격에 약할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한 많은 정치적 적대자가 그녀에게 발이 걸려 넘어졌다. 그녀는 공격에 강하다는 것을 변호사 시험 때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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