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후’가 정말 걱정입니다

    기고 / 시민일보 / 2007-04-26 19: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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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 권(한나라당 의원)
    {ILINK:1} 잠 설칠 각오를 하고 TV 앞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일찌감치 승패가 갈렸습니다. 국회의원 1승 2패, 기초단체장 1승 5패. 참담한 결과입니다. 40대 0이라는 ‘재보선 불패신화’의 수성 여부를 관심사로 보도하던 언론도 놀랐고, 우리도 놀랐습니다.

    여권이 국회의원 세 곳 중 한 곳밖에 후보를 내지 못한 재보궐선거였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50%가 넘고 여당을 포함한 타 정당들은 모두 10%대 이하 지지율에서 치른 선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완패했습니다. 후보도 내지 못한 범여권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여권은 그렇다 쳐도, 한나라당 역시 보기 싫다”는 민심의 표출입니다. 대통령선거 예선전에 올인한 채 ‘준비 없는 전투’에 나섰다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은 격입니다. 그나마 이런 결과는 국민들의 ‘애정 어린 마지막 경고’입니다.

    정작 걱정은 대선입니다. 우리는 벌써 두 번이나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전히 자만에 빠져, 예선(당내 경선)만 치르면 모든 것이 끝나는 양 집안싸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본선(대선)은 염두에도 없는 듯한 모습입니다. 당내 경쟁자를 흠집내기에 바쁘고, 지지자들끼리도 서로를 폄훼하고 짓밟기 예사입니다.

    이런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선거의 상대는, 당내 경쟁자도 타당 후보도 아닌 국민들입니다.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당내 경선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경선 후에는 후보를 중심으로 당 전체를 아울러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이길 수 있습니다.

    물론, 선의의 경쟁도 필요합니다. 국회의원들이 특정 예비후보를 성원하는 것도 좋습니다. 지지후보의 장점을 부각하고 외연을 넓혀간다면, 그 모든 것은 결국 한나라당의 ‘대선 자본금’으로 축적될 것입니다. 다소의 과열경쟁까지도, 언론의 관심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비후보들간의 지나친 비방전, 지지자들의 금도를 넘는 악담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입니다. 경선 후에도 깊게 패인 골을 메우지 못하고 ‘한지붕 두 가족’으로 대선을 치러야 할지 염려스럽습니다. 경선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본선에 임하는 후보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상대를 꺾고, 짓밟고 가자는 것은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는 ‘해당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8월 이후’의 정국은 어려운 길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선 때까지 우리 한나라당에 집중됐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범여권으로 옮겨갈 것이 자명합니다.

    그때쯤 여권은 ‘불법복제’한 몇 개의 정당으로 합당논의를 본격화할 것이고, 3~4명 많게는 5~6명의 후보를 내세워 단일화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TV에서는 여권 후보들간의 백가쟁명식 토론회가 넘쳐날 것입니다. 그들의 지지도 여론조사 그래프가 신문 지면을 채울 것입니다. 물고 물리는 접전과 단일화를 위한 국민경선 등 갖가지 이벤트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여권에 집중된 상태에서, 어느새 선거일이 다가오게 됩니다.

    언론의 집중조명 속에 탄생한 여권의 ‘단일 후보’와 일찌감치 경선을 끝내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가 그와 대결할 한나라당 후보의 유불리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8월 이후에 대비할 계획과 인재가 있어야 합니다. 한나라당 후보에게 국민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모아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카드를, 지금부터 하나하나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저는 당선소감을 밝힐 때, 저 자신보다는 당을 생각하고, 당보다는 나라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랬으리라고 믿습니다. 저 자신 그 약속을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는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잊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느 후보의 캠프에도 들어가지 않은 것 역시 그 때문입니다. 물론, 저 역시 마음으로 성원하는 후보가 있고, 본선 경쟁력을 생각할 때 어느 후보가 낫다는 판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은 본선입니다. 당내 대선주자들이 양날개라면, 중심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본선을 대비할 그룹도 필요한 것입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합시다. 상대를 죽여서 내가 사는 네거티브 대신,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능력을 입증하는 포지티브 경쟁을 해야 합니다. 자신이 속한 캠프에 합류하지 않는다고 외면하고, 지지자가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행태도 고쳐야 합니다. 선의의 경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국민의 박수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경선을 축제로 승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경선 후에 모두가 어우러져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번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은, 새롭게 태어나서 대선에 대비하라는 강한 메시지입니다. 한나라당을 아끼는 국민들이 놓아 준 예방주사입니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각자의 자리와 역할을 분담합시다. 조화롭고 힘찬 날개짓으로, 본선 승리를 향해 비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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