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에서 (16)

    기고 / 시민일보 / 2007-05-03 17: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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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변호사) 譯
    1968년 10월의 보수당 대회에서는 ‘보수정치센터’의 연차 강연을 의뢰 받았다. 연차 강연의 강사로는 매년 보수당의 사상과 철학을 고취할 수 있다고 간주된 인물이 지명 받도록 되어있어, 그 강단에 서는 자는 보수주의의 이데올로그(Ideolog, 관념학자)로 인정되었다. 의원으로서 매우 명예스러운 역할이었다.

    대처는 기대에 부응하려고 ‘무엇이 정치의 잘못인가?’ 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이야말로 대처리즘(대처주의)을 당원 앞에서 처음으로 밝힌 것이며, 본인도 포함하여 그 누구도 깨닫지 못했으나, 1975년 이후 보수당의 지도적 이념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그녀는 ‘정치의 잘못’으로 정부가 개인의 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민도 정부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다면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해서 관료기구가 확대되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대처가 든 자유는 ‘정부에서의 자유’이며, 경제적으로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기업의 독립을 의미하고, 노동당이 추진하는 기업의 국영화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그녀는 지나친 복지국가에도 비판적이었다. 복지는 스스로의 손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에게만 필요하며, 높은 복지는 국가나 국민을 모두 타락시킨다는 것이 대처의 생각이었다.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연설에서 금융 긴축을 제창하여 통화주의 사고방식을 내세운 점이다. 그녀는 윌슨 노동당 정권의 소득 억제 정책을 비판하여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소득 억제를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에 통화 공급의 억제와 수요 관리라는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을 경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지출에 관해 규율을 수립해야 합니다. 공적 부문의 지출은 조세 수입과 절약으로 얻은 자금 총액보다 많아서는 안 됩니다. 몇 년에 걸쳐 지출의 일부는 새 지폐의 인쇄에 의한 자금에 의해 조달되어온 것입니다.”

    1970년대에 구미 여러 국가의 재정 운영의 사상적 기반이 된 통화주의가 일찌감치 여기서 제안되었다. 당시 통화주의의 대가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학설은 영국에서는 아직 주목받지 못했고, 그가 시대의 기수로 각광을 받은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고 나서였다.

    대처는 원래 독창적 정치가는 아니다. 놀랄만한 발상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켜 자신의 정책을 실행하는 식의 천재적 정치가는 아니다. 따라서 시대의 앞을 내다본 이 통화주의의 발상도 그녀 독자적인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이 점에서 그녀의 스승이 된 것은 에녹 파웰(Enoch Powell)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파웰은 통화주의에 의한 정부 지출의 억제를 설파했고, 파웰과 같은 보수당 내의 우파였던 대처가 그의 생각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아 틀림없다. 그녀는 과다한 정부 지출에 의해 경제를 자극하고 고용을 확대시킨다는 케인즈 경제학은 언젠가 파탄을 일으킬 것으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건전한 재정’, 그것은 그녀가 믿은 건전한 가정, 독립된 건전한 기업이라는 19세기적인 자유주의의 귀결이기도 했다.

    연설의 마지막에 대처는 ‘컨센서스(합의)의 정치’를 비판했다.

    “컨센서스에는 위험이 있습니다. (컨센서스 정치라는 것은) 무슨 일에나 특별한 견해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려 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다수를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그 나름대로의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철학과 정책을 가지는 것입니다. 어떤 대 정당이나 무엇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 없이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수동적인 지지로는 불충분한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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