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와 목표를 조정하라 (3)

    기고 / 시민일보 / 2007-05-08 18: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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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기(국제변호사)
    인성적 필요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자신에 대해 떳떳하게 느낄 필요, 스스로를 유능하게 느낄 필요, 스스로를 힘 있게 느낄 필요, 자신을 영리하고 대단한 협상가로 보이게 할 필요, 고용주 혹은 사장에게 깊은 인상을 줄 필요, 스스로를 승리자로 느낄 필요,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필요가 너무 커지면 협상 과정에 도움을 주기보다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인성적 혹은 자아의 필요가 너무 강렬해질 때 협상에 방해가 되는 이유는 그런 필요들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게 하기 때문이다.

    김영규 씨는 법대를 졸업하고 법률회사에 입사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부유한 집안의 여성 한 명을 변호하게 되었다. 그 여인은 바람기가 심한 남편과의 이혼을 원했다. 남편은 엄청난 양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남편 쪽의 변호사들은 그 여인이 이혼 후에 최소한의 위자료만을 받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었다. 반면 김영규 씨의 회사는 자신들의 고객인 그 여자에게 많은 돈이 돌아가도록 애썼다.

    그는 자신이 유능한 협상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또한 유능한 협상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임하는 협상인지라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김영규 씨는 자신의 유능함을 믿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돋보이고 싶었다.

    그가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하지만 생각해낼 수 있었던 말은 고작 “나를 완전한 바보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는 이 구절을 무슨 주문이나 되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되뇌였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이 말은 그를 진정시키기는 커녕 더욱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멈추어 그의 필요를 검토해보자. 그는 자신의 유능함을 상대방과 직장 상사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그가 심각한 정도의 수행 불안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회사 사람들과 상대방 변호인단에게 자기가 유능하게 보였으면 하는 강력한 필요를 느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번 소송에서 유능한 협상가의 모습을 보이도록 애쓰는 것보다 이혼 소송중인 고객에게 가능한 한 가장 이상적인 재정적 결정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객의 입장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협상 자리에 들어서면서 우월감을 표시하려 애썼다. 상대 변호인단을 깔보는 듯이 공격적인 태도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당신들보다 훨씬 뛰어나단 말이야.’ 그의 태도는 그렇게 말 하는 것 같았다. 상대 변호인단은 그의 그런 건방진 모습을 보고 비위가 상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강력한 나를 봐 주세요”식의 협상 스타일은 그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뿐 아니라 선의로 협상에 임하고자 온 합리적인 사람이었던 상대방 변호인단은 모욕을 느꼈던 것이다. 깔보는 듯한 그의 태도는 상대방 변호인단에게 거슬렸기 때문에 상대방 변호사는 온 힘을 다해 싸웠다. 결국 협상 경험이 많은 상대 변호인단으로 인해 그의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소송을 마무리됐다.

    김영규 씨는 그 일로 인해 일을 잃지는 않았지만 매우 부정적인 업무 평가를 받았다. 그가 다시 직장 상사들로부터 신임을 얻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그 일로 인해 매우 귀한 교훈을 얻었다. 협상에 임할 때는 자신의 자아가 요구하는 필요를 잊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자신이 우월해 보이도록 하는 것보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협상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협상가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협상을 할 때는 오만하고 우쭐대는 것보다 침착하고, 냉정하며, 정신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언제 어느 때건 협상 자리에서는 침착하고 전문적이며 친절한 태도로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대단히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고자 하는 자아의 필요 대신에 의뢰인의 요구에 집중해야 하는 것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나의 필요보다, 의뢰인의 필요가 먼저! 그것이 곧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뛰어난 협상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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