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로의 길 (9)

    기고 / 시민일보 / 2007-05-24 1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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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변호사) 譯
    전후 그 업적이 밝혀지고 니브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만들어져 그는 금세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포로 탈출이라는 냉철함이 최고로 요구되는 스릴이 넘치는 행동이 영국인의 가슴을 강렬하게 감동시켰던 것이다.

    53년에 의원이 되고 나서는 장래의 보수당 지도자로 촉망되었으나, 6년 후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다. 그 사실을 당시 하원 원내총무 히스에 전하자 히스는 냉담하게 “이것으로 자네의 정치 생명은 끝이야”라고 선고했다. 그 이래 니브는 반 히스 파로 돌아섰다.

    니브는 포로 탈출의 비밀 공작을 하던 무렵부터 여성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위기에서도 동요되지 않는 여성들의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절의 대처를 알고 있던 그는 당수 선거에서도 그녀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니브가 대처의 선거 참모가 된 것은 유현덕이 제갈공명을 군사로 맞이한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 니브는 이전에 비밀 공작에 종사한 것처럼 비밀리에 대처 지지자 획득 작전에 나섰다. 니브는 콜디츠이래의 피가 끓는 대상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히스의 지도력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자에게 정력적으로 접촉했다. 지금은 지도자 교체의 시기라고 설파하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대처와 대면시켰다. 의회에서의 칵테일 파티, 플랫 거리의 대처 가에서의 파티 등 보수당 하원의원을 연달아 대처와 만나게 하여 그녀가 리더로 자격이 충분하다는 인상을 심으려 했다.

    니브가 하자는 대로 대처가 행동한 것은 현명했다. 그는 대처에게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는 일부러 언급하지 않고 지도자가 교체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도록 충고한 것이다. 가령 영국의 EEC 가입 여부에는 당내에도 찬반 양론이 있다. 이런 구체적 문제에 대해 대처가 그 입장을 지나치게 밝히면 반대 의견인 의원은 그녀에게서 멀어져 갈 위험이 있었다.

    니브가 대처 지지자 획득의 비밀작전에 나섰을 무렵, 대처 자신도 하원에 걸린 자본 양도세 법안을 거론하여 노동당의 힐리 재무장관과 대결했다. 이 세법 안은 선물, 유증(遺贈), 자선 등에도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었다. 대처는 힐리 재무장관을 이렇게 비난했다.

    “당신은 이 당이 개인의 생활, 국가의 경제, 그 중에서도 자유 사회 전체에 주는 영향을 이해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음날 힐리 재무장관은 “대처 부인은 특권적인 여성처럼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보수당에게 ‘소수 부자의 당’이라는 레테르를 붙이려고 결심한 듯합니다. 부인과 당이 이것을 후회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고 반론했다. 그러나 이 개인적 비방에 가까운 발언에 대해 대처는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어떤 재무장관은 마이크로 경제를 보려고 하고, 다른 재무장관은 재정 문제에 눈을 돌립니다. 하지만 이 재무장관의 자세에는 단순한 천박함이 눈에 띄는 것입니다. 어제 그가 말했을 때 제안된 세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이야기하는 데 놀라버렸습니다. 만일 이 재무장관이 재무장관이라면 하원의 누구라도 재무장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가 실제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을 기대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법안은 저처럼 특권 없이 태어난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힐리가 ‘특권’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 대처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식품 잡화상의 딸로 태어난 경우를 무기로 삼았다. 그에 의해 힐리의 공격을 받아넘겼으며, 게다가 상대방을 범용한 남자라고까지 몰아세웠던 것이다. 그 멋진 솜씨에 보수당원들은 대처가 토론에 이겼다는 것을 감지하여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패배를 알아챈 노동당 측은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이 연설로 대처는 보수당 내에서 확실히 지지자를 늘렸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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