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 가 10번지를 목표로 (14)

    기고 / 시민일보 / 2007-06-18 17: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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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변호사) 譯
    영국 최초의 수상이 될지도 모른다던 노동당의 셜리 윌리암스(Shirley Williams) 여사(노동당의 사회보장장관 역임, 나중에 사회민주당 결성 시의 간부가 됨)가 복장에 무관심하고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려서 일하는 ‘아줌마 타입’이었음에 비해, 대처가 얼마나 복장이나 스타일을 의식했는지 알 수 있다.

    1979년 겨울 노동당은 파업의 속발(續發)로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지방분권법에 대해서도 정부의 태도가 미지근해서 스코틀랜드 민족당이 정부 비판으로 돌아섰다. 자유당은 이미 노동당과의 정책 협정을 파기했다. 대처에게 호기 도래이다. 대처는 세 번째의 내각 불신임 안을 제출했다.

    여야의 세력은 반반이었다. 쌍방 모두 전 의원의 출석을 요구하여 투표에 임했다. 여당인 노동당은 고령의 병자 써 알프렛 브로튼(Alfred Broughton) 의원을 들것에 눕혀 회의장까지 운반할 준비까지 갖췄다. 그러나 브로튼은 투표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태라 결석했다. 그의 결석은 불신임 안에 결정적인 의미를 가졌다.

    찬성 311표/ 반대 310표

    단 1표의 차이로 노동당은 역사적 굴욕을 당한 것이다. 불신임 안 가결에 의해 당시 수상이 그 자리에서 쫓겨난 것은 1924년에 맥도날드(MacDonald) 내각이 볼드윈이 이끄는 야당의 불신임 안이 가결된 이래 처음이었다.

    문을 계속 두드린 대처는 마침내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는 문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총선거를 향해 대처의 모든 것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이틀 후 현지 런던 핀츨리 지구를 자동차로 돌고 있던 대처에게 의회의사당에서 자동차가 폭발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에어리의 자동차가 아니었으면” 대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림자 내각의 북 아일랜드 장관 에어리 니브는 북 아일랜드 과격파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처의 불안은 적중했다. IRA(아일랜드 공화군)보다 더욱 과격하다는 INLA(아일랜드 민족해방군)가 니브의 자동차에 폭탄을 장치한 것이다. 폭발은 의사당의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나오려 한 지점에서 일어났다. 니브를 자동차에서 꺼내는 데 30분이나 걸렸다 한다. 니브는 아내 다이아나가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뒀다.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탈출에 성공한 후 포로 탈출 조직을 만들어 많은 군인을 구한 제2차 대전의 영웅은 자복(雌伏) 10여년 만에 대처 새 내각의 호프로 입각 직전에 그 목숨이 끊어진 것이다. 선거에 이겨 드디어 영국 재생의 길을 함께 걷고자 했던 대처에게는 통한의 일격이었다.

    대처와 니브는 변호사 시절부터 친구로서 서로 존경하는 사이였다. 대처가 보수당의 당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니브의 작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처에게 니브는 그 이상의 존재였다. 정계에서 유일한 “형”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존재였다.

    또 한 사람 대처와 사상을 같이 하고 대처 당수 실현에 진력한 자로 써 키스 조셉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대처는 점차 조셉의 언동에 의문을 가지게 되어 히스 파라던 화이트로 부 수상의 판단을 오히려 중용하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처가 화이트로에게 마음을 열기에는 그녀의 반 히스 감정은 너무 강했다. 역시 대처에게는 니브야말로 정책, 정치 판단, 인격의 모든 점에서 의지가 되는 스승이며 친구였다. 니브를 잃고 대처는 문자 그대로 한 팔을 잃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사건 당일 슬픔과 분노로 텔레비전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악마가 그를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악마들의 승리를 결코 허락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이기는 경우는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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