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 가 10번지를 목표로 (16)

    기고 / 시민일보 / 2007-06-20 20:32:56
    • 카카오톡 보내기
    정인봉(변호사) 譯
    대처는 선거 기간 중 종종 로열 블루 색 옷을 입었다. 로열 블루는 보수당의 심벌 칼라이다. 이에 대해 노동당은 적색, 자유당은 오렌지색이다. 이 시기는 영국은 이 세 색깔이 범람했다. 아이스크림 집도 선거용으로 청색, 적색, 오렌지색 세 색깔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할 정도이다.

    선거 기간 중 필자의 친구들 의견을 소개한다. 데이비드는 보수당, 마이클은 노동당을 지지한다.

    데이비드 “노동당은 사회경제를 컨트롤 한답시고 일하는 사람들, 중소기업의 의욕을 깨고 국가에 의존하는 국민을 기르고 말았지. 국유화가 영국산업을 망하게 한 거야.”

    마이클 “국유화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국영기업은 훨씬 전에 망했어. 국가에 의존한다고? 국가는 우리를 위해 별난 일 따위는 해주지 않아. 사회복지만 해도 문명사회라면 당연히 국가가 해줘야 하는 일이잖아.”

    마치 대처 대 캘러헌의 정책 논쟁 그 자체이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지지 정당이 이기는 편이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데이비드가 “푸른 테이블 크로스와 냅킨을 준비해둘게“ 하면, 마이클이 금방 “마누라한테 토마토 케첩만 사용한 요리를 준비하라고 해두지” 하고 응수했다.

    보수당의 청색, 노동당의 적색을 풍자한 설전이다. 보수당 대 노동당의 싸움은 어지간히 격렬했던 것이다.

    대처는 노동당 그 자체는 두려워하지는 않았으나, 당수인 캘러헌에게는 만만히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서니 짐”은 여전히 어디에 가도 인기가 있었다. 대처와 캘러헌 중 누가 좋은가 라는 질문에는 캘러헌 쪽이 훨씬 앞섰다.

    투표 직전에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보수당이 노동당을 3% 리드했다고 전했으나, 그 직후의 “데일리 메일”은 노동당이 0.7% 리드했다고 알렸다. 이 데이터에 대처 진영은 당황했으나 대처는 “저는 여론조사를 신용하지 않아요” 하고 공언하며 전혀 동요되는 기색이 없었다. 실제 지금까지의 선거 여론조사는 샘플 수도 적고 조사 기술도 미숙했기 때문에 종종 틀렸었다. 대처는 그걸 알고 있었다.

    1979년 5월 3일 운명의 날이 밝았다. 개표는 밤부터다. 긴 하루였다. 선거구인 핀츨리 지구에서 자신의 투표를 끝낸 대처는 나머지는 아무 할 일이 없었다. 천천히 걷는 것을 싫어하고 인생의 태반을 계속 달려온 그녀에게는 기다리는 것이 고통이었다. 게다가 여기서 패배하면 당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정치 생명조차 끊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대처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재선되었으나 전국 상황이 걱정이 되어 견딜 수 없었다. 시작 상태가 나빴던 만큼 마음이 걸렸다.

    다음날 오전 3시 대처가 남편 데니스와 함께 보수당 본부에 돌아가자 본부 앞에 흥분한 표정의 군중들이 몰려와 있었다. 대처가 자동차에서 내리자 군중들이 열광적으로 소리질렀다. “청색이야말로 마기 이름 색깔”. 보수당의 캠페인 슬로건이다. 그 열광하는 모습은 보수당의 승리를 나타내고 있었다. “새 수상!”이라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보수당 본부 안에서도 들끓고 있었다. 시시각각 들어오는 투표 결과는 보수당의 승리를 전하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샴페인 뚜껑이 뽑혔다. 어느 얼굴이나 웃고 있었다. 그러나 대처는 다음 준비에 착수하고 있었다. 스피치 라이터인 로널드 밀러를 별실에 불러, 여왕에게서 수상 지명을 받은 후 다우닝 가 10번지의 수상 관저에 들어가기 전에 국민들에게 이야기할 말을 찾고 있었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