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여자, 그리고 서우림

    기고 / 시민일보 / 2007-07-05 20: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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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환(고려대 교수)
    SBS의 월화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종영한지도 10여 일이 지났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여전히 이런저런 자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가 성공하면 여러 사람이 뜬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작가 김수현이다. 그가 그토록 조명을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실력 때문이다. 그는 어느 의미에서 맥아더보다 위대하다. 그 나이에 맥아더는 조용히 사라졌지만 김수현은 건재하다. 그는 아마 사라지지 않고 죽을지 모른다.

    이 드라마로 가장 각광을 받은 연기자는 역시 김희애다. 여기서도 김희애 저기서도 김희애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역은 종전의 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도 그는 새 역을 잘 소화해냈다. 화영을 미워해야 하는데도 도무지 미워할 수 없게 만든 것은 그의 놀라운 연기 덕분이었다.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역을 완벽하게 연기하기는 배종옥도 마찬가지다. 당차고 똑 소리 나는 역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시아버지 말마따나 칠뜨기 노릇을 천연덕스럽게 해냈다.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기까지 한 그를 많은 사람이 안쓰러워했다. 그가 그의 이미지를 재구성한 것은 그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

    누구누구 해도 이 드라마를 통해 벼락출세를 한 것은 김은수 역을 맡은 하유미다. 그와 같은 언니를 두고 싶다는 건 최소한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 주부의 꿈이다. 무명에서 스타로 우뚝 선 그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이 인생의 대 반전을 다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일을 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지수(배종옥)의 시어머니로 나오는 서우림이다. 그는 이 드라마의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홍 회장 가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은 것이 황 여사였다면 ‘내 남자의 여자’의 격을 받쳐준 것은 황 여사 역을 한 노배우 서우림이었다. 그에게는 ‘실살스럽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못마땅한 일, 짜증나는 일, 화가 나는 일을 눈빛, 입 모양, 목소리 등을 아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히 묘사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결코 터트리지 않는, 극도로 절제된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는 그저 그렇고 그런 것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서우림은 SBS의 ‘내 남자의 여자’ 홈페이지에 사진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 외 출연진’을 클릭 해야 겨우 그를 확인할 수 있지만 거기서 제공하는 정보는 아주 기초적인 것뿐이다. 이건 지나친 푸대접이다.

    하기야 그런 대접을 받는 게 어디 서우림 뿐인가. 소리 나지 않게 한 가정을, 한 기업을 떠받치고 있는데도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은 뜻밖에도 매우 많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서우림 같은 존재를 찾아내야 한다. ‘내 남자의 여자’는 그 때 비로소 우리 삶에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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