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신세가 된 한국 파병정책

    기고 / 시민일보 / 2007-08-07 19: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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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선(한나라당 의원)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무고한 우리 국민이 인질로 잡힌 지도 벌써 3주째가 되어 간다. 그중 2명은 이미 이국땅에서 불귀의 객이 되었지만, 나머지 인질들의 석방을 낙관할 만한 어떠한 조짐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건 직후부터 불철주야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애쓰는 정부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차제에 분명히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현재 송환 협상을 둘러싼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국은 완전히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 그리고 탈레반 사이에서 동네북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가. 어쩌다 한국 외교가 이제는 저 먼 곳 교전단체의 일거수일투족에, 그리고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선의의 양보에 목을 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어쩌면 이러한 딜레마는 이미 사태 초반부터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들의 피랍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외교통상부 장관은 탈레반이 요구한 다산·동의부대의 철수는 연말에 예정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고, 한 술 더 떠서 대통령은 이를 회견 형태로 발표하기까지 했다.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생각하는 다급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라고는 해도 성급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탈레반이 진정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중요한 거래조건으로 생각했다면, 이는 향후의 협상과정에서 얼마든지 그 시기와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문제였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파병정책 정리를 위한 어떠한 계기를 바랬던 것인가, 그렇기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내 철군예정을 발표한 것인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정부가 자랑하듯 한·미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고하고 신의가 돈독한 상태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철군 정책을 밝히는 순간 탈레반이 활짝 웃으며 우리 국민들을 돌려줄 것으로 판단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 외교는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납치된 사례는 작년과 올해만도 벌써 7차례에 이르며, 협상카드를 모두 소진한 이번 아프간 피랍사태는 장기화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피랍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과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피말리는 기다림을 지속해야 할 지 모른다.

    무조건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방향성 없는 정책지향의 단면인지도 모른다. 국민이 요구하는 정부의 최선이란 확고한 방향과 목적의식아래 치밀하게 계산된 판단과 기준에 기인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파병정책과 외교를 동네북 신세로 만들어 버린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정부의 초기 판단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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