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왜 재뿌리나

    기고 / 시민일보 / 2007-08-12 23: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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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 명 (칼럼니스트)
    {ILINK:1} 2007년 8월8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장관. 백종천 안보실장 등 3명이 나란히 마이크 앞에 섰네. 예고가 있었기에 긴장감은 덜 했지만 발표가 되는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1972년 7.4공동 성명을 발표하던 순간이었네.

    당시 북한은 타도해야 할 대상이고 김일성주석은 민족의 적이고 반공법은 퍼렇게 살아있고 미운털 박힌 정적은 국가보안법으로 때려잡던 시절이었지.

    박정희 독재정권의 7.4공동성명은 진정 남북화해를 위해서였을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연극이었을까.

    분단 55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주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감동적인 포옹을 했네.

    8월8일, 남북정상 회담을 위해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는 발표를 들으며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한 줄기 상쾌한 바람이 가슴을 뚫고 가는 느낌을 나만 받았을까.

    이 나이에 순진한 탓인가. 적어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느냐고 생각을 했네. 설사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해도 이 땅에서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정착되어 총 맞아 죽을 걱정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혹시 한나라당이 반대를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그들도 이 나라 국민인데 평화를 반대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이럴 수가 있나. 노루꼬리 3년 묻어놔도 황모 안 된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말이 한나라당에서 나왔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 낸 성명을 보고 처음에는 설마 했다가 결국 도리 없는 사람들이라고 단념을 했네. 한나라당의 공식논평이라는 게 이런 것이네.

    “시기·장소·절차가 모두 부적절한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

    “임기 말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지난 정상회담에 이어 또 다시 평양이라는 장소에서 밀행적 절차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시한다”

    그 동안 강경수구 집단이라는 한나라당이 툭하면 ‘일전불사론’을 뇌이다가 선거철이 되면서 좀 유연해졌기에 철이 좀 드는 줄 알았는데 철이라는 게 그리 쉽게 드는 게 아니더군.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대한민국 팔아먹겠나. 두 사람이 할 얘기는 한반도의 평화정착
    이네.

    핵문제로 해서 미국의 강경파들이 일을 저지르면 우리는 그저 죄도 없이 꼼짝 못하고 당하게 되어 있네.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 일어나고 우리는 다 죽네. 한나라당이라고 전쟁이 피해 가는가.

    보지 않았나. 이란 전쟁도 봤고 이라크 전쟁도 봤고 아프칸 전쟁도 봤네. 죽는 건 백성이네.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정일 위원장은 모두 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네. 한나라당이 딱 그거 하나만 얘기하라는 핵 문제는 당연히 논의가 될 것이고 해결 안 되리라고 미리 짐작할 필요가 어디 있나.

    노 대통령의 솔직한 성격과 김정일 위원장의 통 큰 생각이 맞아 떨어진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서로 얼굴 쳐다보며 얘길 하면 이해의 폭도 넓어지네. 한 쪽이 손해만 보지 않는 양 쪽 모두의 이익이 되는 일이 왜 없겠나.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찾는다고 절치부심이고 남북의 정상회담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잘못 생각이네. 우리 국민들 수준을 잘못 평가절하한 것이네. 국민의 수준이 한나라당처럼 낮지가 않다네. 정부가 정상회담을 선거에 이용해 먹으려고 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겠나. 지금 정상회담을 선거에 이용해 먹으려는 쪽은 정부가 아니고 한나라당이네. 정상회담을 헐뜯으며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네.

    그렇게 정치를 해서는 안 되네.

    한나라당의 실력을 알고 있지 않나. 불투명하게 절차의 하자 같은 게 있으면 쪽집게처럼 잡아내는 게 한나라당의 실력이네. 정형근이 왜 있나. 감히 어디라고 정부에서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겠나. 상식으로 판단을 해야 하고 억지는 부리지 말아야 하네. 조순형도 빠지지 않았네. “임기 6개월 밖에 안 남은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회담을 하는 것은 정상회담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6·15합의와 달리 노 대통령이 방북하는 것도 잘못됐다”

    조순형은 ‘쓴소리“란 특허상표에 너무 집착 하는 거 아닌가. 사냥꾼들이 사냥터에서 멧돼지 한 마리를 잡았는데 저마다 자기 총에 맞았다고 했다네. 남북정상회담의 성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른바 대선주자들마다 한 다리 걸치고 공 한 조각이라도 차지하고 싶겠지. 이해하네. 그러나 제발 추하게 보이지는 말아야지. 만에 하나 남북정상회담이 실패해 역풍이 분다면 그 때 이 사람들의 처신은 어떨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보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국민 모두의 기원이라고 믿네. 괜히 트집 잡지 말고 제 정신 가지기 바라네. 아니면 역사의 죄인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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