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다

    기고 / 시민일보 / 2007-11-20 18: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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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재 천(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우리가 이번 대선 구도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치명적 착오’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후보라는 보수와 이회창씨라는 보수는 결국 ‘보수’이며, 다른 한 편에 중도 내지 진보가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소위 ‘보수 대 보수’의 진행상태를 보면서 ‘엉뚱한 희망’을 가져보기도 하고, ‘패배감에 젖은 좌절’을 느끼기도 합니다. ‘엉뚱한 희망’이란 종국에는 지지율이 51 대 49로 조율될 것이라는 기대를 말하고, ‘패배감에 젖은 좌절’이란 65%를 넘는 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의 벽을 깨뜨릴 수 없다는 의식을 말합니다.

    오류입니다. 최근 들어 여론조사의 과학성과 객관성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지표로는 유용하기에 하나의 예를 들겠습니다. 지난 10월17일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조사한 유권자 이념 성향 여론조사를 봅시다. 응답자의 39.7%가 자신의 이념성향을 진보라고 합니다. 중도가 26.2%, 보수가 27.5%입니다.

    11월10일 조사에서는 진보 25.5%, 중도 30.5%, 보수 36.1%입니다. ‘진보’는 한 달도 안 돼 15% 가까이 줄어들고, ‘보수’는 10% 정도 늘어납니다. 이런 정도라면 유권자들은 현재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지 쉽사리 구분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여기에 희망과 비극이 교차합니다.

    이제 정확한 눈으로 이명박 후보를 봐야 할 시점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보수’입니까? 아닙니다. 이명박 후보가 ‘개혁’ 혹은 ‘진보’입니까? 더더욱 아닙니다. 이명박 후보는 우리의 ‘이기주의’와 ‘무한경쟁 옹호’와 ‘성공지상주의’, ‘천민자본주의’가 버무려져 낳은 ‘괴물’에 불과합니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가 버젓이 TV에 나오고,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가 낳은 ‘괴물’입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열전, 무한 경쟁이 공동체 전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호도된 지식, 여론이 낳은 ‘괴물’입니다.

    이제 그 괴물은 ‘보수’로도 ‘개혁’으로도 ‘진보’로도 불립니다. 지킬 가치가 없고 지키는 가치 또한 없기에 ‘보수’라 불릴 수 없는 그를 우리는 ‘보수’라고 말합니다. 오류입니다. 기존 ‘천민자본주의’와 ‘성공지상주의’, ‘배타적 이기주의’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아 ‘개혁’이라 부를 수 없는 그를 ‘개혁’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분명한 오류입니다. ‘신자유주의’와 ‘진보’를 동일시하는 ‘뉴라이트’의 논리에 젖어, 사회적 약자의 보호와 사회적 대연합을 도외시하는 그를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완벽한 오류입니다.

    물론 ‘오만’에 젖은 이명박 후보는 보수, 중도, 진보라는 이념적 지향을 낡은 잣대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명박 후보에게 ‘새로운 가치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수치적으로도 대국민 사기인 ‘4만 불 시대’가 가치입니까? 이미 논리적 파탄에 이른 ‘경부운하’가 가치입니까? 고용 없는 성장의 기조를 유지한 사회 속에서의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봉급’이 가치입니까? 이명박 후보에게 ‘사회적 가치’는 없습니다. 만약 이명박 후보 자체가 가치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맹목적 지지’를 유도하는 우민화의 ‘오만’이요, 파시즘입니다. 우리 스스로 이명박 후보가 ‘가치 없는 후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 51 대 49의 구도는 오지 않습니다. 결코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다가 곧 우리입니다. 마찬가지로 65%의 보수 블록이라는 것이 시민들의 ‘개혁 착시 현상’에 기인하는 이상 ‘패배주의’는 옳지 않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위기이고 기회이며 위기와 기회인지 여부는 남이 아닌 우리에게 달렸다는 증거입니다.

    오직 ‘사회적 가치의 실종’을 ‘실용’으로, 뉴라이트의 신자유주의 경제관을 ‘진보’로 선전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위장’을 벗겨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이기주의’와 ‘천민자본주의’, ‘성공지상주의’와 ‘무한경쟁주의’가 낳은 ‘괴물’을 잠재우는 것이, 시민들의 자조와 원망, 사회 전체의 ‘열패감’을 없애는 길입니다.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후보보다는요.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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