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노무현 그늘 속의 진보언론

    기고 / 시민일보 / 2008-01-13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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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 희 재(칼럼니스트)
    최근 이명박 정권 인수위의 거침없는 행보 때문에 진보언론들이 울상이다. 금산분리, 출자총액폐지, 대입제도 대학자율화, 국정홍보처 폐지 등 노무현 정권이 자랑스레 내놓은 정책들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만에 보수세력으로 정권이 넘어갔으니, 거의 모든 정책이 바뀌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진보언론들은 노무현 정권의 인수위는 그렇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그때는 김대중 정권에서 연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번 김대중 정권 인수위 때를 상기해보기 바란다.

    이명박 정권 인수위에서 바꾸겠다는 정책의 대부분은 입법이 필요한 부분들이다. 이는 총선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진보언론들은 이토록 심각한 투정을 부리는 것일까?

    바로, 현재의 신당의 전력 상으로 총선에서도 참패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200석 이상 얻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필자가 진보언론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는가이다. 대선 이후, 이들의 편집방향을 보면,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주 단적으로 말하자면, 노무현 정권은 너무나 눈물나게 잘했는데, 단지 말을 좀 험하게 했고, 이를 보수언론이 악용해서 여론투쟁에 밀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다는 점은 이미 판명이 났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는 바로 지금 진보언론들이 비판하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미 수차례 이야기했다. 노무현 정권은 방송, 관료, 검찰 등 공권력을 제도적으로 개혁하여 독립화하는 대신, 자신들과 친한 사람들을 앉혀, 권력 투쟁의 도구로 활용했다.

    진보언론들은 보수언론이 인수위의 정책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전혀 정책검증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인수위의 정책은 그간 보수언론들이 줄기차게 노무현 정권 당시 비판한 정책의 반대로 가고 있다. 보수언론 입장에서는 이미 정책검증은 다 끝냈다. 다 끝냈으니까, 이를 빨리 추진하는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 발표를 스트레이트로 보도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노무현 정권 당시 사사건건 비판하는 보수언론에 대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해댄 쪽도 진보언론이다.

    이명박 정권 인수위의 거침없는 행보의 원동력은 국민 대다수가 노무현 정권의 정책이 실패했으니 이를 바꿔달라 동의했다는 대선 결과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금산분리와 출총제 완화 등에 대해서, 정말로 이것이 정책화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초래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을 짚어내기 위해서라도, 누가 봐도 잘못된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언론보다 더 먼저 바꾸라는 주장은 할 수 없는 것인가.

    너무나 상식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전시작적권 이양 연기, 통일부 존폐 등등 근간의 문제들까지 합치면 한도 끝도 없다. 진보언론들은 노무현 정권의 심판 이후에도, 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결사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자신들이 그간 진리라 믿고 있던 것들이 정책화되었을 때,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다.

    진보언론들보다 오히려 신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이 훨씬 더 여론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느낌이다. 신당이 손학규를 내세우겠다는 것은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신민주포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기존의 안일한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뜻이다.

    김영삼 정권 이전까지의 진보언론은 평생 야당지 역할만 해왔다. 그냥 정권의 정책을 비판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진보언론은 여당지를 경험했다. 그 만큼 성숙해야 하고, 바꾸는 데에만 정신없는 보수세력에 대해, 훈수와 조언을 하며, 양쪽의 가치를 다 아우를 준비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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