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 욕심이 죄지

    기고 / 시민일보 / 2008-03-02 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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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 명(칼럼니스트)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부처님보다 더 자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을까. 그래도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저럴 수가 없다는 분노가 끊임없이 끓어오른다.

    무엇이 옳고 그르며 무엇이 할 일이고 안 할 일인지 분간이 안 되는 불학무식한 무뢰한이라 할지라도 마음 저 깊숙한 내면에 살아 있는 양심은 지울 수 없는 존재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인간에 대한 증오로 많은 인명을 해친 흉악범이 깊은 밤 독방에서 목 놓아 우는 것을 목격한 교도관의 얘기는 인간의 양심을 생각하게 한다.

    양심은 그런 것이다. 지식의 많고 적음과 많이 배우고 못 배운 것과 상관없는 본질적인 것이다.

    며칠 동안 TV중계를 통해 청문회라는 것을 지켜보았다. 설사 정치에 관심이 없는 국민이라 할지라도 청문회를 본 국민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남의 허물은 들춰내고 즐기는 가학성을 가졌다고 하지만 이번 청문회의 경우는 하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막말로 구경거리가 제법 된다는 말들이 있다.

    국민의 67%가 이들 후보자들이 부적격자라고 생각한다. 이들 부적격자들은 5천명인가 하는 후보자들 가운데서 뽑아냈다고 한다. 예비심사에서 60%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5천명의 인재 중에서 고른 인물들이 이 지경이니 대한민국의 장래를 생각해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장관후보자들 중에서 3명이 떨어져 나갔다. 청와대 대변인은 낙마자들을 위해 이렇게 변명했다.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했다.” 차라리 부적격자라 쫓아냈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솔직하다고 칭찬은 듣지 않았을까. 대변인 말 가지고 시비할 생각 없다. 대변인 말의 진실성은 이미 결론을 냈기에 신경도 안 쓴다. 좀 더 솔직해야 신뢰를 얻을 것이다.

    이번 장관 후보자들은 대학교수들이 참 많다. 이 나라의 최고 지성이다. 그들은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정의를 말하고 상식을 말하고 원칙을 말한다.

    대의와 명분이 무엇이며 불의에 저항하고 정의를 위해 몸을 불사르라고 가르친다.

    지금 제자들이 청문회에 나온 은사들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아 지금까지 존경하든 교수님에게 배운 것이 모두가 거짓이었구나. 이렇게 탄식하며 슬픔을 견디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수라고 해서 공직자라고 해서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이다. 가난을 미덕이라고 한다면 무능력자의 자기 합리화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부에 집착하는 대학교수와 공직자들, 부도덕한 땅 투기로 수십억을 축재한 지식인들도 결코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들이 국가의 최고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리에 앉는다는 사실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가. 어떻게 골랐기에 15명의 장관 후보자 중에서 11명이 부적격자로 오르내리는가. 어떻게 부동산 투기자가 15명 중 7명이나 되는가.

    도대체 이들을 추려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올린 사람은 누구인가. 적어도 이들이 적격자라고 판단한 근거가 있을 것이 아닌가.

    부동산 투기가 적격의 기준인가. 논문표절이 적격사유인가.

    사람이 어떻게 한 점 흠결이 없이 완전무결하게 깨끗이 살 수가 있는가. 불가능하다. 다만 분수는 지키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늘이 모르고 귀신이 몰라도 자기 자신만은 안다. 과연 내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 내 재산 형성과정은 부끄러움이 없는가. 논문은 가짜가 아닌 순정 품인가. 분수에 맞지 않는 호화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일반 국민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공직을 맡아 모든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할 사람은 자신의 흠결을 돌아보며 사양을 해야 제대로 된 인간이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서 대통령은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일말이라면 그 밖에 책임은 누구한테 있다는 것인가.

    민심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엇으로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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