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가 되지 않는 법

    기고 / 시민일보 / 2008-03-17 18: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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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원 책(변호사)
    정치권에 ‘물갈이’가 한창이다. 약속대로 30%를 갈아치웠다느니 50%를 갈아치웠다느니 자찬하기 바쁘다.

    ‘썩은 물’이 된 쪽에서는 공천의 기준을 밝히라고 아우성이고, 배신 당했다 억울하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물갈이는 논에 물을 넣고 가는 일이다. 어항의 물을 바꾸는 일도 물갈이라고 한다. 정치판이 무슨 논바닥도 아니고, 국회가 의원이라는 금붕어가 들어 있는 어항도 아닌데 우리 언론은 작심을 했는지 너나 할 것 없이 물갈이라고 써댄다.

    오늘 아침엔 어느 신문의 주필이, 선거를 ‘사람을 낚는 낚시’라며 칼럼을 썼다. 그 내용이 기가 막힌다. 낚시바늘에 ‘물고기가 좋아하는 미끼’를 써야 한다면서 정당의 공천을 미끼 선정 작업이라고 했다. 능청을 떤 수필이 아닌 정치칼럼이니, 졸지에 유권자는 물고기가 되어 버렸고 국회의원이나 그 후보자들은 갯지렁이 같은 미끼가 되어버렸다. 은유(隱喩)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런 저질 은유가 없다. 하긴 우리 의회가 날건달과 게으름뱅이들 천지라고 욕해 온 나로서는 통쾌하기까지 하였다.

    그 분은 한 발 더 나갔다. 민주당은 종로에 손학규, 동작을(乙)엔 정동영을 던져 넣어 ‘정치적 객사(客死)’를 면치 못할지 모르는 도박을 벌였다면서, 한나라당도 강재섭이나 박근혜가 대구 실내 풀장이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험난한 곳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국민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이 ‘나를 밟고 지나가라’면서 몸을 던지라고 했다. 민주주의를 낚시터에서 물고기를 낚는 일 정도로 생각했으니 그런 구상을 하고 집권당에 권유할만 하겠다.

    그런데 이왕 미끼로 만들었으면 미끼의 품질도 생각해야겠다. 지난 몇 년 동안 정치인들과 토론 현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늘 그 ‘미끼’들의 품질이 마음에 걸렸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설치는 이들을, 최소한 헌법과 국어 그리고 역사 시험은 치게 해야 된다는 생각도 했다. 의회는 입법부(立法府)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법 지식은 갖추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말, 우리 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우리 역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자를 대한민국의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에 앉혀 놓을 순 없는 일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도 요란을 떠는 ‘미끼’들의 외관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문제는 그런 미끼들을 놓고 어느 놈을 매달아야 고기들이 낚일까를 연구해야 하는 공심위의 딱한 처지다. 하긴 공심위원이 낚싯꾼이 아니라, 진짜 낚시를 즐기는 분은 낚싯대만 걸쳐 놓고 태평연월을 읊고 있을 터이니 공심위원들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 주필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당 박재승 위원장은 ‘한칼’을 쓴 칼잡이가 되었지만, 당원도 아닌 외부 초빙 공심위원들이 느닷없이 그 당의 주방장이나 검객이 될 리는 만무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정당은 후보자를 추천할 때 민주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미끼’도 입맛대로 매달아선 안된다는 뜻이다. 이 공직선거법도 정치인들이 만든 법이다. ‘민주적인 절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정말이지 한번 따져보고 싶다. 공심위원이란 분들을 모셔 놓고 고작 십여분 간 면접을 보고 점수를 매기는 걸 두고 민주적인 절차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더군다나 이리저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던져진’ 정동영이나 손학규, 나경원을 두고 민주적인 절차 운운하는 것은 정말 해선 안될 거짓말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의원 공천 작업이란 것이 대학입시보다 변별력이 훨씬 떨어지는 시험이 되어버렸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골라 ‘미끼’로 써서 물고기를 낚겠다면서도 겉으로는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니 듣는 국민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두고 국민에게 감동을 준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짓거리야말로 사기극(詐欺劇)에 불과하다. 제발 자신들이 만든 법부터 지킬 생각들을 하자.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물고기로 되고 자신들이 미끼가 되는 저질 은유를 모면할 유일한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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