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는 죽었다

    기고 / 시민일보 / 2008-04-10 17: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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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원 책(자유선진당 대변인)
    보수주의는 수많은 시민들의 피를 그 대가로 치렀다. 인간의 기본권과 주권재민의 원칙을 얻기 위해 프랑스 혁명 기간 무려 20만 명이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성직자와 귀족 계급에 저항하여 시민들을 이끈 이들은 로베스피에르와 같은 법률가를 비롯한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은 프랑스 시민들을 계몽하였고 마침내 왕권을 무너뜨렸다. 오늘날의 대의정치라는 차선의 민주제도는 그들에 의해 태동되었다. 그들은 흔히 ‘부르주아’로 불린다. 부르주아는 시민사회를 이끌면서 나중 자본가 계급으로 발전한 당대의 지식인 그룹을 가리키는 말이다. 말하자면 보수의 핵이었고 중추였다. 그리고 그들은 중추로서의 의무를 다했다. 전체주의에 누구보다 앞장 서 저항하여 전장에 나가 싸웠으며 납세의 의무를 다한 그룹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보수가 자라날 토양이 없었다. 피로써 시민권과 주권재민의 원칙을 쟁취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대의정치라는 순금(純金)의 제도는 가진 자와 배운 자들의 출세를 위한 도구로 전락되었고, 자유민주주의는 노력한 자와 노력하지 않은 자를 대등하게 취급하는 평원(平原)의 민주주의로 왜곡되었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권력을 이용해 부와 더 큰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애쓸 뿐, 애초부터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지도자는 없었다. 그러므로 이 나라엔 더 이상 보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고뇌하는 보수가 없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명색이 정치인이라면서 진정으로 고민하는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김정일은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들의 느슨한 대북정책에 힘입어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살아남았다. 당시 북한을 둘러싸고 강경 드라이브를 걸어 압박 작전에 들어갔다면 김정일 정권은 벌써 무너졌고 북한의 2천7백만 주민은 해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태우 김영삼 두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김정일은 기어코 다시 일어섰다. 그 김정일을 결정적으로 도운 이는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국민의 혈세와 다름없는 돈을 5천억 원이나 공물로 바치면서 그는 김정일을 만났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우리의 ‘남북연합’이 같다는 기상천외한 공동선언을 내놓았다. 그는 결국 노벨상을 받았다. 소위 종북좌파(從北左派)들과 전혀 공부가 안된 얼치기 진보세력들이 이를 두고 50년 분단사에 역사적 획을 긋는 거사(巨事)라고 칭송하며 난리굿을 벌여도 이 나라의 보수들은 침묵했다. 이제 핵 문제는 어느 당 어느 정치인도 어느 후보도 거론하지 않는다. 핵 프로그램 신고를 철저히 해도 이를 검증하여 비핵화를 확인하는 데 10년이 걸리는데도 우리 정치인 어느 누구도 염려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이상, 핵우산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핵우산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포퓰리즘에 젖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주장했다. 가만히 있어도 읍소할 판인 미국 앞에 삿대질을 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달라고 시비를 건 꼴이었다. 핵우산을 걷어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에 앞장섰던 장군들은 지금 이명박 정권에서 무얼 하고 있나.

    적어도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핵우산을 어떻게 펼칠 것이라는 이중 삼중의 대안을 국민 앞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 방법은 현재로서는 딱 하나다. 한미연합사 해체에 대해 미국이 재협상에 나서지 않고 우리에게 핵우산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이 핵을 완전히 즉각적으로 폐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핵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이 결정은 최악의 국제정치학적 환경을 유발할 것이다. 그러나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핵자위권은 검토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 당연한 말을 그 어떤 보수 정치인도 입에 올리지 못한다. 아직도 진보좌파들의 이념투쟁에 주눅이 들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나라에 보수는 없는 것이다. 이 땅에 진정한 ‘부르주아’는 없고 사이비만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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