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과 오세훈, 누가 거짓말 했나?

    기고 / 시민일보 / 2008-04-15 18: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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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창 선(시사평론가)
    뉴타운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뉴타운 지정’ 공약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강북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이끌어낸 원동력. 강북의 각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 지정 공약에 큰 기대를 걸고 한나라당에게 표를 찍는 현상이 빚어졌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도 안되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뒤집고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1∼3차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뉴타운을 추

    특히 오 시장은 “선거기간에 논란이 있었지만 선거 때 흔히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얘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강북 부동산 값이 조금씩 들썩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절가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대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MBC-TV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첫째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돼 있을 것,그리고 두 번째는 1, 2, 3차로 지정된 곳이 상당한 정도로 진척된 다음에 검토하겠다는 것,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검토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오 시장이 강조한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려면 오 시장의 재임 기간 중에는 뉴타운 추가 지정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 시장의 입장표명은 한나라당 강북 당선자들의 공약을 일거에 뒤집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총선에서 여러 한나라당 후보들이 뉴타운 지정에 대해 오 시장과 얘기가 다된 것처럼 유권자에게 알렸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작을에 출마했던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그는 사당동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자세히 설명하고 확실한 동의를 받아냈다, 오 시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유세에서 밝혔다.

    도봉갑의 신지호 당선자도 유세에서 “창동 뉴타운 사업은 도봉의 염원”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접 만나 창동지역을 지정해 줄 것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금천구의 안형환 당선자도 유세에서 “며칠 전 오세훈 시장이 조용히 왔다갔다. 오 시장은 자신이 왔다갔다는 얘기를 주민들에게 마음껏 얘기하라고 했다. 오 시장과 총선이 끝나면 뉴타운 문제를 본격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말대로라면 이들은 거짓말을 하며 유권자들을 속인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들과 오세훈 시장 가운데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가. 그 책임은 가려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들이 허위 과장 주장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세훈 시장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 시장에게도 두 가지 잘못이 있다.

    첫째, 말 바꾸기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추가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이제 선거가 끝난 후에 말을 번복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두 번째, 한나라당 후보들이 허위주장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굳이 나서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강북지역의 수많은 주민들이 현실성 없는 공약에 놀아나게 된 상황을 방조한 책임이 오 시장에게도 있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공약이 거짓이거나 비현실적인 것이었다면, 오세훈 시장의 입장표명은 뒤늦은 것이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애당초 안될 일을 갖고 한나라당 후보들이 써먹을대로 써먹게 한 뒤에, 선거가 끝나고 나니까 오세훈 시장이 나타나 그것이 아니라고 정리해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강북주민들로서는 기가 막힌 상황이다. 뉴타운 공약에 농락당한 강북 주민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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