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에 대한 고찰

    기고 / 시민일보 / 2008-04-20 17: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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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중 권(서울시수의사회 회장)
    우리회는 서울시가 축산물 가공처리법상 ‘가축’에 개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 건의안을 반대한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개고기 취급식당에 대한 식품안전성 점검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건의안의 취지를 밝히고 있으나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여 식품화 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물론 비위생적인 사육과 도축, 유통을 막고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은 행정기관으로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그러나 개고기는 이미 지난 1984년 2월 서울시 고시 제94호에 의해 판매가 금지됐으며 이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개고기는 유통자체가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음식점에서 판매 중이라는 것이다. 금번 서울시의 법 개정 건의안은 결국 개도살과 개고기를 법의 적용을 받는 테두리 안에 넣어 합법화함으로써, 개고기의 유통과 판매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더욱 많은 개들이 도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 서울시는 마땅히 문제의 근원인 ‘개고기 판매금지 고시 사문화’의 원인을 파악하고 미비한 사안을 보완해야할 것이다.

    개식용 합법화는 시대착오적 정책
    우리사회에서 개가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 개고기 식문화를 우리의 전통이라고 규정하고 합법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모두 “문화적 상대주의”를 주장하며 개식용 금지를 “서구적 사대주의”로 규정한다. 하지만 문화는 과거나 현재의 관습이나 행동양식이 미래에까지 계승·발전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존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수백만의 사람들은 개를 반려동물이자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기고 있으며, 핵가족화의 심화, 노령인구의 증가, 독신자의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개’는 정서적 교감의 대상이다. 사회가 선진화 될수록 이 같은 인식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 개식용 합법화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이다.

    식용견과 반려견이 다르다는 허구
    일부 반려견과 식용견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모든 개는 견종이나 생김새에 상관없이 본연의 속성을 똑같이 지니고 태어나며, 오히려 영장류보다도 더 인간의 의사를 이해하는 우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하는 사고방식은 과거 ‘흑인은 노예일 뿐, 인간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같이 그릇된 것이다. 똑같은 개를 놓고 사람마다 용도를 달리한다면 어떤 근거로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개고기 합법화는 결국 우리나라의 모든 개를 잠재적인 식용견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정책의 방향을 개고기의 안전한 유통과 판매가 아니라 유통과 판매의 금지.

    국제사회의 흐름과 개고기 합법화로 인한 손실
    세계화가 이미 국제사회의 패러다임이 된 오늘날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국제사회의 추세 또한 정책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할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고 있지 않음에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인’을 연상할 때 ‘개고기’를 떠올린다는 것을 되짚어 보아야한다. 이는 개식용 금지가 이미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서구권의 나라들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아시아권의 많은 나라들이 개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구태여 개고기를 먹기 위해 개를 죽이는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반려동물인 개마저도 죽이면서 과연 이들에게 생명존중을 강요할 수 있을지...
    서울시는 정책을 추진함에 앞서 깊이 성찰해 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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