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지구(防民之口) 심우방천(甚于防川)’

    기고 / 시민일보 / 2008-05-29 19: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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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성영 (한나라당 국회의원 )
    ‘방민지구(防民之口) 심우방천(甚于防川)’란 말이 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이 강물을 막는 것 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민주정부는 너나 할 것 없이 할말은 마음껏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도 법과 질서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헌법적인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구호와 불법이 난무하는 시위를 한다면 다른 뜻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정부는 당연히 엄정한 법질서 유지의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게 하되, 법이 허용하는 한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목적을 가진 세력이, 배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 또한 그들 스스로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지난 2007년 4월2일, 한미 FTA협상이 타결됐다. 노무현 정부의 성과다. 그러나 1년이 넘은 시간이 지나고 17대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오늘까지 비준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18대국회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또다시 소모적인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한미 FTA협상이 1년 전에 타결되고도 이렇게 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농촌지역 유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뒤로 미룬 그런 측면이 있고, 대선을 치르고 나서 또다시 18대 총선 뒤로 미룬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런 점에 대해서는 정치권 모두가 국민들에게 책임져야 될 부분이다. 미국 역시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선거에서의 유ㆍ불리를 계산하며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통합민주당의 책임은 더욱 크다. 통합민주당은 지난 정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노무현 정권 시절에 한미 FTA가 체결됐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18대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속셈에서 국익을 외면하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는 국민이 많다. 그래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쇠고기 수입협상을 타결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잘못된 일처리에 문제가 있다. 우선 쇠고기 협상을 타결한 시기의 문제이다. 실제로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 문제가 반드시 결부될 필요성은 없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해놓고, 그 다음에 美의회의 FTA 비준동의안 처리단계에 가서 이 문제를 풀었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訪美하면서 성급하게 처리하다 보니까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급하게 진행하다보니 당연히 협상내용에도 문제가 많았다. 월령 30개월 문제, 검역주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느냐 등의 교역조건에 대해 국제적인 상식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분명히 있었다.

    물론 이 시점에서 별 무리없이 재협상이 가능하다면 재협상 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일 것이다. 그것을 일부러 하지 말자고 할 정부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한미관계를 비롯해서 국가간의 통상협상이 갖는 외교적 무게 등을 놓고 볼 때, 이제 와서 재협상을 하자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부득이 대통령이 사과하고, 광우병 발생시 즉각적 수입금지가 가능토록 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 한미 FTA는 한미 양국에 각각 양면성이 있다. 공산품을 비롯한 제조업의 경우 한국에 좀 유리하고, 농ㆍ축산부문은 불리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반대다. 해서 부시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을 의회에 촉구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부 농산품을 꺼내놓고 이야기 하고 있고, 배럭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한미 FTA에 반대하면서 공산품 쪽 노동자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농ㆍ축산부분이 한미 FTA에서 취약한 부문이라는 걸 정치권이나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이 진행되다보니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미 FTA가 한미교역의 조건을 향상시켜, 전반적으로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유리한 윈-윈의 방향으로 간다는 데 대해 국민적 합의가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했을 때 여야 할 것 없이 대체적으로 찬성했던 것, 물론 그때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반대 입장을 가진 정치집단도 있었지만, 국민전체의 여론에 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었고, 실제로 18대 총선결과가 그런 여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지금쯤은 국민들이 이해하는 가운데 쇠고기 수입문제를 넘어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로 나아가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서 순리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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