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이명박 정부를 태우고 있다. 처음 여중생들이 '아직 15년밖에 못살았어요' 라는 선동적인 문귀를 들고 흔들 때 어른들은 말리지 않았다. 그랬던 건 새 정부에게 쌓여온 불신과 불만 때문이었다. 정부는 촛불을 대수롭지 않게 본 것이 분명했다. 그저 미국 쇠고기에 대해 '불순세력'이 퍼뜨린 괴담과 정부의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보수'도 별 수 없이 아마추어라는 실망은,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었다. 시민들은 변별력이 아직 없는 아이들이 'MB, 너나 먹어' 같은 비아냥을 해대거나 '이명박 탄핵' 같은 정치적 구호를 외쳐도 제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미국쇠고기 수입 문제는 국민 건강을 넘어 자존심과 연결되어 있는 '감성적' 문제이자 '아마추어' 이명박 정부의 결정적 실책이었다.
이제 아이들 대신 어른들이 촛불을 든다. 불신과 불만은 언제부터인가 분노로 바뀌어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암묵적으로 촛불집회를 지지한다. 그 촛불집회를 선도하는 이들이 진보좌파들에 속하는 단체들이지만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촛불집회를 좌파들의 불순한 정치적 행동으로 비판하는 이들만 바보 멍청이나 매국노가 되는 판이다. 왜 이리 되었을까. 정부의 변명이나 일부의 논조처럼 방송의 오보와 '괴담' 수준의 과장 때문인가. 사람들은 미국 쇠고기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안다. 미국 쇠고기가 값싸다는 것도 안다. 어차피 미국 쇠고기를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30개월이 넘는 미국 쇠고기는 기실 얼마 수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그 약간의 가능성을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린 정부의 태도가 국민들에겐 배신으로 비쳤다. 그걸 이명박 대통령이 '확률'의 문제로 이해한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30개월이 넘는 쇠고기는 사실 미국인들이 거의 먹지 않는 것이다. 젖소나 번식우가 새끼를 두 번 낳으면 30개월이 넘는다. 미국에서 도축되는 연간 4천 만 마리의 10%가 이 30개월이 넘는 소인데 동물성사료로 쓰는 일부분을 빼면 대부분 폐기된다. 이 '쓰레기'를 식용으로 수입할 길을 이명박 정부가 연 것이다. 더욱이 광우병은 30개월이 넘는 소에서만 발견되었다. 그런데도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는 결코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었다. 그런 말은 돈 없는 서민들은 위험한 미국 쇠고기를 먹으란 말과 똑같은 말로서 계급 문제로 점화될 수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동안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는 것과 척추뼈의 횡돌기와 극돌기의 수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애초에 정부가 아주 잘못했던 협상 부분이었다. 그걸 강요했던 미국은, 해도 너무 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협상팀은 시한에 쫓겨 미국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그러니 협상 불만으로 한국이 들끓자 미국은 '레터'형식의 추가협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두 가지로 생색을 다 냈다. 그러면서 30개월이 넘는 쇠고기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그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만 넘어가자고 했던 것이다. 이 대국민담화는 그 형식이 사과였음에도 국민들에겐 '내 배 째라'는 식의 배짱으로 보였다. 그런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일방적 통보'는 분명 오만과 독선이었다. 그러니 이 이상한 협상에 책임지는 관료가 있을 턱이 없었다.
왜 이렇게 대통령은 고집을 피울까. 한미 FTA 때문이라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사실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동의는 당분간은 물 건너간 문제이다. 오바마나 힐러리나 디트로이트 노동자의 눈치를 보느라 비준동의에 반대한 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가 부시에 속았거나 아니면 이태식 주미대사가 잘못된 판단을 정부에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우리 쪽 비준동의를 야당에 구걸하는 한편 미국 눈치 보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막상 국민들 눈치는 볼 것도 없이 쇠고기 수입을 고시하고 말았다.
그러니 국민들을 우습게 본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도 빈 말인 것이 들통 났다. 적어도 그 말이 진정어린 초심이었다면 어떤 식이든지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가라앉힐 행동이 있어야 했다. 농림부 장관과 협상을 맡았던 통상국장 그리고 외교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은 '억울하더라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정부는 '레터'형식의 추가협상 대신 협상문을 수정하여야 했다.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느니 3억 미국인들이 먹는 것과 똑같다느니 하는 변명에 앞서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고 검역을 강화하는 가시적 조치부터 취해야 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도 어차피 늦춰지게 되었으니 고시를 연기해 국민감정을 달래는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국민을 섬기는 모양새라도 갖춰야 했던 것이다.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의 자존심보다도 국민들의 상처 난 자존심을 살필 때이다. 대통령이 이 점을 빨리 깨달을수록 미국 쇠고기 문제는 정권이 민심을 얻는 역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은 지금 이 역경을 전화위복이 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국민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통령도 이 나라도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제 아이들 대신 어른들이 촛불을 든다. 불신과 불만은 언제부터인가 분노로 바뀌어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암묵적으로 촛불집회를 지지한다. 그 촛불집회를 선도하는 이들이 진보좌파들에 속하는 단체들이지만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촛불집회를 좌파들의 불순한 정치적 행동으로 비판하는 이들만 바보 멍청이나 매국노가 되는 판이다. 왜 이리 되었을까. 정부의 변명이나 일부의 논조처럼 방송의 오보와 '괴담' 수준의 과장 때문인가. 사람들은 미국 쇠고기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안다. 미국 쇠고기가 값싸다는 것도 안다. 어차피 미국 쇠고기를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30개월이 넘는 미국 쇠고기는 기실 얼마 수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그 약간의 가능성을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린 정부의 태도가 국민들에겐 배신으로 비쳤다. 그걸 이명박 대통령이 '확률'의 문제로 이해한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30개월이 넘는 쇠고기는 사실 미국인들이 거의 먹지 않는 것이다. 젖소나 번식우가 새끼를 두 번 낳으면 30개월이 넘는다. 미국에서 도축되는 연간 4천 만 마리의 10%가 이 30개월이 넘는 소인데 동물성사료로 쓰는 일부분을 빼면 대부분 폐기된다. 이 '쓰레기'를 식용으로 수입할 길을 이명박 정부가 연 것이다. 더욱이 광우병은 30개월이 넘는 소에서만 발견되었다. 그런데도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는 결코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었다. 그런 말은 돈 없는 서민들은 위험한 미국 쇠고기를 먹으란 말과 똑같은 말로서 계급 문제로 점화될 수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동안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는 것과 척추뼈의 횡돌기와 극돌기의 수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애초에 정부가 아주 잘못했던 협상 부분이었다. 그걸 강요했던 미국은, 해도 너무 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협상팀은 시한에 쫓겨 미국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그러니 협상 불만으로 한국이 들끓자 미국은 '레터'형식의 추가협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두 가지로 생색을 다 냈다. 그러면서 30개월이 넘는 쇠고기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그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만 넘어가자고 했던 것이다. 이 대국민담화는 그 형식이 사과였음에도 국민들에겐 '내 배 째라'는 식의 배짱으로 보였다. 그런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일방적 통보'는 분명 오만과 독선이었다. 그러니 이 이상한 협상에 책임지는 관료가 있을 턱이 없었다.
왜 이렇게 대통령은 고집을 피울까. 한미 FTA 때문이라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사실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동의는 당분간은 물 건너간 문제이다. 오바마나 힐러리나 디트로이트 노동자의 눈치를 보느라 비준동의에 반대한 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가 부시에 속았거나 아니면 이태식 주미대사가 잘못된 판단을 정부에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우리 쪽 비준동의를 야당에 구걸하는 한편 미국 눈치 보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막상 국민들 눈치는 볼 것도 없이 쇠고기 수입을 고시하고 말았다.
그러니 국민들을 우습게 본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도 빈 말인 것이 들통 났다. 적어도 그 말이 진정어린 초심이었다면 어떤 식이든지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가라앉힐 행동이 있어야 했다. 농림부 장관과 협상을 맡았던 통상국장 그리고 외교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은 '억울하더라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정부는 '레터'형식의 추가협상 대신 협상문을 수정하여야 했다.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느니 3억 미국인들이 먹는 것과 똑같다느니 하는 변명에 앞서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고 검역을 강화하는 가시적 조치부터 취해야 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도 어차피 늦춰지게 되었으니 고시를 연기해 국민감정을 달래는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국민을 섬기는 모양새라도 갖춰야 했던 것이다.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의 자존심보다도 국민들의 상처 난 자존심을 살필 때이다. 대통령이 이 점을 빨리 깨달을수록 미국 쇠고기 문제는 정권이 민심을 얻는 역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은 지금 이 역경을 전화위복이 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국민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통령도 이 나라도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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