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기고 / 시민일보 / 2008-07-01 19: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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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은초 (인천 남동경찰서 지능1팀장)

    모든 사람들이 출근을 하는 아침 도로는 언제나 정체가 심하다.


    운전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경직돼 있다.


    누구나 출근시간에 늦어 직장상사에게 꾸중을 듣거나 고객들과의 약속에 늦게 되는 걱정 때문에 단 1분이라도 빨리 정체된 도로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글쓴이 또한 매일같이 그런 생각을 하며 출근을 한다.


    며칠 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런 생각을 하며 출근을 하던 중 안타깝게 제차 앞에서 신호가 끊어져 횡단보도 정지선 앞에 신호를 기다리게 됐다.


    마음이 급해서 인지 그 횡단보도는 유난히 신호가 긴 것 같았고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그냥 신호를 무시하고 가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옆 차선에 있던 운전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신호를 무시하고 출발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 신호가 바뀌지 않았지만 그 차를 따라 출발을 했다.


    백미러로 보니 옆 차선에 있던 차를 따라 다른 차들도 신호위반을 하고 있었다.


    단시간 안에 도로의 질서를 무너뜨려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캘링은 1982년 월간 애틀랜틱에 '깨진 유리창' 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건물 주인과 주민들이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사람들은 깨진 유리창을 보며 건물 주인과 주민들이 이 건물을 포기했으며 이곳을 무법천지라고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쓰레기가 많이 버려진 길거리에선 별 죄책감 없이 쓰레기를 버리게 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인 것 같다.


    그러한 이론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1994년 뉴욕시장이 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지하철 낙서와 타임스 스퀘어의 성매매를 근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사소한 범죄도 절대 불허하겠다는 뜻이었다.


    시민들은 처음 '강력범죄도 막지 못하면서 그깟 사소한 것을 금지시킨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냐'는 반응이었다.


    그렇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연간 2200건에 달하던 살인사건이 1000건 이상 감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 과속, 신호를 위반하는 것처럼 사소한 것 같지만 가장 기초적인 법질서위반 행위가 모두 '깨진 유리창'과 같다. 다시 한 번 반성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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