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국을 꿈꾸는 일본, 그것을 모르는 한국

    기고 / 시민일보 / 2008-07-28 14: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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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대일(對日)감정이 좋지 않다. 아세안 포럼에서는 우리나라 외교장관이 일본 외무장관을 만나자 외면했다고 한다. 한-미 외교와 한-일 외교의 부활을 공언했던 이명박 정부는 대외적으로도 어려운 위치에 처하고 말았다.

    일본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서 이를 두고 이명박 외교의 실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용’을 내걸고 ‘미래’를 이야기하면 모든 것이 되는 줄 알았던 ‘MB식 외교’는 허망하게 무너졌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일본이 엄청난 해양영역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그중에는 황당하게 먼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섬, 암도, 암초가 많다. 이런 절해고도(絶海孤島)가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200해리 경제수역을 갖게 되어 동지나해와 남지나해가 일본의 안방이 되어 버린 형상이다.

    지도책을 열고 보면 일본의 큐슈에서 오키나와까지 류쿠 열도(列島)라는 작은 섬이 많음을 보게 된다. 이 섬들이 모두 200해리 경제수역을 갖고 있다. 또 일본 열도 남쪽으로 가면 점 같은 작은 섬이 남쪽으로 이어져 있다. 이 작은 섬들도 200해리 경제수역을 갖고 있다. 그것을 보면 3면이 바다라는 우리나라가 아주 초라하게 느껴진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일본과 어업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할 때 우리나라 정부는 독도가 해양법 협약상의 섬(island)이 아니라 인간이 자체적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암도(rock)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 대신 일본은 나가사키 현에 속한 도리시마(일본에는 ‘도리시마’라고 부르는 작은 섬, 암초가 많다. 그중에서 우리나라와 어업 협상에서 관계되는 나가사키 현에 속한 ‘도리시마’이다.)도 암도로 인정해서 그곳으로부터는 200해리 경제수역을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독도로부터 200해리 경제수역을 주장하면, 울릉도를 기점으로 했을 경우보다 경제수역의 경계선이 약간 동쪽으로 갈 뿐이다.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이 독도를 경제수역의 기점으로 하고자 하는 우리 입장을 인정할 리도 없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도리시마도 경제수역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독도를 암도로 인정하면 오히려 어업 면에서 우리에게 실익이 있다는 계산이었다.

    1997년에 영국이 해양법 협약에 가입하면서 영국의 서북쪽에 위치한 로칼(Rockall)이 해양법 협약상의 섬(island)이 아니라 암도(rock)라고 인정해서 물러난 것도 우리나라가 독도를 암도로 양보한데 영향을 주었다. 당시 영국으로선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지만, 문제의 로칼은 독도에 비해서 규모가 훨씬 작은, 정말 돌덩어리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독도를 로칼과 같이 보는 것이 합당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로칼의 사진은 이 사이트의 갤러리에 있다.)

    문제는 일본이 2006년에 우리 정부에 대해 도리시마로부터 경제수역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받아 드릴 수 없다고 항의하고, 그러면 우리도 독도를 기점으로 경제수역을 선포하겠다고 맞받아 쳤다. 하지만 독도를 기점으로 우리가 경제수역을 선포하면 우리에 결과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한일 어업협정은 무너지고, 동해는 어업 규제가 공백상태가 되어 버리고 만다. (중간수역에서 조업하는 우리 어선이 많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해양영토를 향한 일본의 의지가 얼마나 끈질긴가는 일본의 최남단인 오키노 도리시마의 경우가 잘 보여 준다.

    1931년에 일본이 자기 영토를 편입시킨 오키노도리시마는 필리핀해(海) 한복판에 있다. 일본은 암초로 이루어진 이곳을 수상 비행기 기지로 사용하고자 했다고 한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이곳을 통치하다가 1968년에 일본에 반환했다. 1970년대 들어서자 이런 외딴 섬들이 200해리 경제수역을 갖게 되었고, 오키노도리시마는 갑자기 일본인들의 관심을 사게 됐다. 1996년에 해양법협약이 발효하자 일본은 오키노도리시마를 기점으로 200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했는데, 이 외딴 암초 섬을 중심으로 한 경제수역이 무려 15만4500 평방마일이나 되어 일본의 육지 영토 전체 보다 오히려 넓다.

    문제는 오키노도리시마가 인간이 자체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곳이라는 데 있다. 거센 파도로 암초가 많이 씻겨 나가서 이제는 킹 사이즈 베드 정도의 암초 두개가 바다 위로 나와 있는 형상이니, 독도는 거기에 비하면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닐 수 없다.

    오키노도리시마를 해양법 협약상의 ‘섬’으로 유지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눈물겹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오키노도리시마를 행정구역으로 두고 있는 도쿄도(東京都)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시멘트 콩트리트를 부어 암초가 씻겨 나가는 것을 막았다. 1998년에는 일본해양과학기술센터가 바다 위에 해양연구시설을 세워 놓았는데, 태풍에 의해 망가지면 복구하고 하는 과정을 되풀이 했다. (이 사이트 갤러리에 사진이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이곳에 등대를 건설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오키노도리시마를 중심으로 경제수역을 선포한데 대해선 중국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미국은 오히려 이를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독도만 보고 있지만 일본은 원대한 그림을 갖고 독도 문제를 야기한 것이라고 보여 진다. 특히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우경화(右傾化)의 길을 갔고, 영토 문제만큼 대중의 욕구를 충족하는 사안도 없다. 도쿄도(都)에게 오키노도리시마가 있고 나가사키 현(縣)에 도리시마가 있으니, 시마네 현(縣)에는 ‘다께시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 일본의 정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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