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힐러리, 그리고 박근혜

    기고 / 시민일보 / 2008-12-02 18: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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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돈 (중앙대학교 법학과 교수)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말이 많다. 어느 신문은 링컨과 힐러리의 예를 들어가면서 박근혜 의원이 이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 여당 의원은 박근혜 의원이 협력을 하지 않아서 정부가 헤매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권이 어려울 때는 박 의원이 정부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지지도는 기껏해야 10% 밖에 안 된다”며 박 의원을 깎아 내리기도 한다. 나는 박근혜 의원의 ‘현재’를 잘 알지 못하니까 박 의원의 ‘미래’에 대해 무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난데없이 링컨과 힐러리를 들먹이는 데 대해선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여성 전기 작가가 쓴 링컨의 용인술(用人術)에 관한 책이 요즘 화제를 일으키자, 이에 편승해서 박 대표에게 “포용 당하라”고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링컨은 당시 전쟁을 하고 있었다. 전쟁만큼 한 국가에게 위험한 위기는 없다. 전쟁을 하게 되면, 하고 있던 정쟁(政爭)도 그쳐야 한다. 그렇다면 ‘2008년 가을’에 대한민국은 전쟁을 하고 있단 말인가 ? 물론 우리가 ‘경제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경제야말로 ‘CEO 출신 경제전문가’인 이명박 대통령의 ‘전공’이다. 박근혜 의원은 경제를 모르기 때문에 ‘주가 3000의 국민성공시대’를 만들 자기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소리쳤던 것이 바로 엊그제가 아닌가 한다.

    또 하나 생각할 문제는,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남북전쟁과 링컨에 관한 역사는 승자(勝者)인 북부의 입장에서 쓴 역사라는 사실이다. 모든 전쟁이 그러하지만, 남북전쟁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노예를 해방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내전(內戰)을 한 나라는 미국 밖에 없다. 실제로 남북전쟁이 노예 때문에 일어났다고 만 볼 수도 없다. 링컨은 자기에 반대한 신문사를 폐간시키고, 인권보호제도를 정지시키는 등 비민주적 조치를 남발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정적(政敵)과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한 링컨의 ‘용인술’과 관련해서 우리가 정말로 부끄러워야 할 역사가 있기는 하다.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일으킨 ‘부산 정치파동’이 바로 그것이다. 합심해서 국란(國亂)을 이겨내도 시원치 않은 전쟁 중에 야당을 탄압하는 정치파동을 일으켰던 것이다. 오죽하면 당시 영국 의회에서 영국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트루만 대통령이 리지웨이 장군에게 필요하다면 이 대통령을 갈아치우라고 했겠는가.

    힐러리가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맡는 모습이 아름답다면서 박근혜 의원의 ‘냉랭함’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의 ‘냉랭함’을 탓하기에 앞서 살펴야 할 전제(前提)가 몇 가지 있다.

    지난번 미국 대선 때 뉴욕타임스, CBS, NBC 등 미국의 진보언론은 내놓고 민주당을 밀었다. 하지만 이들은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나 오바마 중 어느 한편을 특정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경선은 공정했고, 민주당 경선에 관해선 언론도 공정했다. 힐러리는 공평하게 치러진 경선에서 패배한 것이다.

    하지만,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이 미국 민주당의 그것처럼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 경선에 관한 우리 언론의 보도가 과연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힐러리가 국무장관을 맡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힐러리가 2012년에 대선 후보로 나올 것을 막기 위한 포석(布石)일 수도 있다. ‘국무장관 힐러리’는 힐러리 자신에게도 도박일뿐더러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도박이 될 수 있다.

    ‘국무장관 힐러리’는 트루만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번스 꼴이 되기 쉽다. 트루만에 의해 국무장관에 임명된 제임스 번스는 원래 루스벨트에 의해 부통령으로 고려되었던 중량급 정치인이었다. 트루만이 아닌 자기가 대통령이 되었어야 했다고 생각한 번스 장관은 매사에 독단적이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혼선이 생겼고,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된 번스 장관은 2년 만에 사임했다. 트루만이 후임으로 조지 마셜 장군을 임명하자 비로소 트루만 대통령-마셜 국무장관-애치슨 국무차관이라는 ‘환상의 외교라인’이 만들어져 서유럽의 공산화를 막을 수 있었다.

    ‘국무장관 힐러리’가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의원은 힐러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박근혜 의원에 대해 힐러리를 들먹이면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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