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피아를 닮아 있다. 다만 이쪽 '마피아'들은 합법이고 저쪽 진짜 마피아는 합법을 가장할 뿐이다. 정치계는 물론이고 경제 문화계까지 이너서클과 아웃사이더는 철저히 구별된다. '코사 노스트라'라 불리는 미국 마피아가 무엇인가. 마약 매춘 도박산업을 독점하면서 미국 정계를 배후에서 쥐고 흔드는 깡패들이다. 케네디형제는 마피아와 치열하게 싸웠지만 그 아버지는 금주법 시대에 마피아와 결탁해 돈을 벌었고 아들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려고 마피아와 손을 잡았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요즘도 교묘하게 합법의 탈을 쓴 채 미국 주류사회를 움직인다.
우리 마피아들은 진짜 마피아에 비해 훨씬 치사하다. 의리도 명분도 없다. 미국 마피아들은 배신하거나 가문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될 때 가족(패밀리)을 처형할 뿐 가족밖의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 원칙이 있다. 우리 마피아들은 명리를 쫓아 이합집산을 식은 죽 먹듯하면서도 조직 외부의 사람들은 전부 적(敵)으로 삼는다.
문제는 패밀리가 된다는 데 어떤 이념도 잣대도 필요없다는 것이다. 말이 보수지 도덕성과는 담 쌓은 인물들이요, 진보의 모자를 썼을 뿐이지 소수자보다는 자신의 굶주림을 더 고통스러워한다. 사실, 대선 때 캠프로 몰려다닌 교수들, 법조인들, 그리고 고급 실직자들이 마피아 졸개들과 무엇이 다른가. 다를려면 최소한 이념이라도 맞아야 하고 명분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러니 대선이 끝난지 얼마 안 되어 벌써 차기 유력자에 줄을 선다. 일찍 서야 공신이 되고 핵심이 된다. 여기에 비하면 진짜 마피아는 오히려 도덕적인 셈이다.
이렇게 해서 승자편에 선 이들은 온갖 유혹에 빠져든다. 심지어 스스로 나서 챙기기도 한다. 대통령의 형은 증권사 매각을 주선하면서 몇 십억원을 챙기고 대통령의 후원자라는 분은 그 증권사 주식을 사두었다가 몇 백억원의 차익을 거둔다. 뒷배 봐주고 구전 뜯는 미국의 깡패조직과 똑같은 구조다. 보스가 집권하면 몇 천개의 자리를 나눠먹는다. 전리품을 나누더라도 능력을 보고 나눠야지 그렇지 못하니 고소영이니 낙하산이니 하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이러고도 대통령이 인복을 기대한다면 그건 넌센스다. 참모들을 능력보다는 인연으로 발탁했으니 결국은 인사풀의 울타리를 스스로 친, 대통령의 자충수였던 것이다.
그 탓에 대통령은 가장 힘 있을 집권 1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고환율 정책이 옳든 그르든 하필이면 유가가 치솟을 때 써서 물가만 실컷 올려놓은 것을 두고 박수 칠 국민은 수출로 먹고 사는 대기업밖에 없다. 점령군 노릇 하느라 외교현안을 제대로 못 챙긴 바람에 쇠고기만 풀어주면 한미FTA 비준동의가 될 줄 알고 덜컥수를 놓다가 안 그래도 심기 뒤틀린 국민들에게 촛불로 날벼락을 맞았으면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념이라도 제대로 밝혀 뚝심이라도 보여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솔직히 승자든 패자든 신념과 정책이 없는 것이다. 그저 유권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급급하고 비전보다는 우선 표를 얻는 정책에 집중했다. 아무런 신념이 없는 승자는 포퓰리즘에 흔들리고 비전이 없는 패자는 승자의 발목을 잡아 상처내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보수층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간다고 하고, 외교부에 가서는 북한 주권을 존중한다는 말씀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촛불시위 때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면서 반성했다는 연설문을 쓴 비서관이나 컨테이너박스로 광화문 네거리에 성을 쌓은 참모는 솔직히 마피아 졸개보다도 못하다. 야당은 어떤가. 자신들이 성사시킨 FTA비준안 상정을 기를 쓰고 반대하는 저의는 그게 지금은 표가 되기 때문일 뿐이다.
그래도 정치판이 내세우는 명분은 전부 국리민복(國利民福)이다. 무엇이 국리이며 무엇이 민복인지 때로 시험을 봐서 합격자를 추리고 싶을 지경이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우리 헌법을 제대로 한번 읽어보기나 했을까. 아니 헌법 전문(前文)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중절모에다 시가를 문 대신 유권자에게 미소를 머금고, 권총을 들이대는 대신 악수를 청하는 것이 다를 뿐, 그 수준과 행동방식은 분명 마피아다.
다수당은 다수결을 주장하고 소수당은 협상을 주장하는 패턴은 국회가 18차례 구성되도록 바뀌지 않았다. 국리민복을 주장하는 자들이 신념과 양심에 따라 크로스보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이라는 조직에 묶여 법안의 내용이나 취지도 모른 채 달려드니 이건 아무리 좋게 보아도 대의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국회에 전기톱과 소화기가 등장하겠는가. 그 날뛰는 형상들은, 폼나는 미국 마피아는커녕 이권다툼으로 생선회칼을 들고 설치는 삼류 조폭과 똑같았던 것이다. 말로만 선진국 타령이지 보스에 맹종하고 눈치보기 바쁘니 이게 무슨 민주정치인 것인가.
무언가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 국회가 하루아침에 바뀌어 정책국회 민생국회가 될 리는 만무하다. 그러니 대통령이 먼저 나설 수밖에 없다. 어차피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대통령이 아닌가. 우선은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 대통령 엄호하느라 만인환시리에 욕지거리나 해대는 자가 반성한들 어디 쓸 것인가. 지난 1년동안 대통령과 이 정부를 믿지 못하게 만든 참모들을 쫓아버리고 대통령과 남은 4년을 함께 갈 단단한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긴 승부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 승부는 한반도대운하 같은 전시행정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통하고 노력하는 자가 그 댓가를 받는 정직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의 명분을 서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마피아들을 없애는 길이다. 이 더러운 마피아 사회를 청산하지 않으면 보수 진보를 떠나 이 나라가 위험해진다.
우리 마피아들은 진짜 마피아에 비해 훨씬 치사하다. 의리도 명분도 없다. 미국 마피아들은 배신하거나 가문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될 때 가족(패밀리)을 처형할 뿐 가족밖의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 원칙이 있다. 우리 마피아들은 명리를 쫓아 이합집산을 식은 죽 먹듯하면서도 조직 외부의 사람들은 전부 적(敵)으로 삼는다.
문제는 패밀리가 된다는 데 어떤 이념도 잣대도 필요없다는 것이다. 말이 보수지 도덕성과는 담 쌓은 인물들이요, 진보의 모자를 썼을 뿐이지 소수자보다는 자신의 굶주림을 더 고통스러워한다. 사실, 대선 때 캠프로 몰려다닌 교수들, 법조인들, 그리고 고급 실직자들이 마피아 졸개들과 무엇이 다른가. 다를려면 최소한 이념이라도 맞아야 하고 명분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러니 대선이 끝난지 얼마 안 되어 벌써 차기 유력자에 줄을 선다. 일찍 서야 공신이 되고 핵심이 된다. 여기에 비하면 진짜 마피아는 오히려 도덕적인 셈이다.
이렇게 해서 승자편에 선 이들은 온갖 유혹에 빠져든다. 심지어 스스로 나서 챙기기도 한다. 대통령의 형은 증권사 매각을 주선하면서 몇 십억원을 챙기고 대통령의 후원자라는 분은 그 증권사 주식을 사두었다가 몇 백억원의 차익을 거둔다. 뒷배 봐주고 구전 뜯는 미국의 깡패조직과 똑같은 구조다. 보스가 집권하면 몇 천개의 자리를 나눠먹는다. 전리품을 나누더라도 능력을 보고 나눠야지 그렇지 못하니 고소영이니 낙하산이니 하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이러고도 대통령이 인복을 기대한다면 그건 넌센스다. 참모들을 능력보다는 인연으로 발탁했으니 결국은 인사풀의 울타리를 스스로 친, 대통령의 자충수였던 것이다.
그 탓에 대통령은 가장 힘 있을 집권 1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고환율 정책이 옳든 그르든 하필이면 유가가 치솟을 때 써서 물가만 실컷 올려놓은 것을 두고 박수 칠 국민은 수출로 먹고 사는 대기업밖에 없다. 점령군 노릇 하느라 외교현안을 제대로 못 챙긴 바람에 쇠고기만 풀어주면 한미FTA 비준동의가 될 줄 알고 덜컥수를 놓다가 안 그래도 심기 뒤틀린 국민들에게 촛불로 날벼락을 맞았으면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념이라도 제대로 밝혀 뚝심이라도 보여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솔직히 승자든 패자든 신념과 정책이 없는 것이다. 그저 유권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급급하고 비전보다는 우선 표를 얻는 정책에 집중했다. 아무런 신념이 없는 승자는 포퓰리즘에 흔들리고 비전이 없는 패자는 승자의 발목을 잡아 상처내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보수층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간다고 하고, 외교부에 가서는 북한 주권을 존중한다는 말씀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촛불시위 때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면서 반성했다는 연설문을 쓴 비서관이나 컨테이너박스로 광화문 네거리에 성을 쌓은 참모는 솔직히 마피아 졸개보다도 못하다. 야당은 어떤가. 자신들이 성사시킨 FTA비준안 상정을 기를 쓰고 반대하는 저의는 그게 지금은 표가 되기 때문일 뿐이다.
그래도 정치판이 내세우는 명분은 전부 국리민복(國利民福)이다. 무엇이 국리이며 무엇이 민복인지 때로 시험을 봐서 합격자를 추리고 싶을 지경이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우리 헌법을 제대로 한번 읽어보기나 했을까. 아니 헌법 전문(前文)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중절모에다 시가를 문 대신 유권자에게 미소를 머금고, 권총을 들이대는 대신 악수를 청하는 것이 다를 뿐, 그 수준과 행동방식은 분명 마피아다.
다수당은 다수결을 주장하고 소수당은 협상을 주장하는 패턴은 국회가 18차례 구성되도록 바뀌지 않았다. 국리민복을 주장하는 자들이 신념과 양심에 따라 크로스보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이라는 조직에 묶여 법안의 내용이나 취지도 모른 채 달려드니 이건 아무리 좋게 보아도 대의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국회에 전기톱과 소화기가 등장하겠는가. 그 날뛰는 형상들은, 폼나는 미국 마피아는커녕 이권다툼으로 생선회칼을 들고 설치는 삼류 조폭과 똑같았던 것이다. 말로만 선진국 타령이지 보스에 맹종하고 눈치보기 바쁘니 이게 무슨 민주정치인 것인가.
무언가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 국회가 하루아침에 바뀌어 정책국회 민생국회가 될 리는 만무하다. 그러니 대통령이 먼저 나설 수밖에 없다. 어차피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대통령이 아닌가. 우선은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 대통령 엄호하느라 만인환시리에 욕지거리나 해대는 자가 반성한들 어디 쓸 것인가. 지난 1년동안 대통령과 이 정부를 믿지 못하게 만든 참모들을 쫓아버리고 대통령과 남은 4년을 함께 갈 단단한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긴 승부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 승부는 한반도대운하 같은 전시행정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통하고 노력하는 자가 그 댓가를 받는 정직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의 명분을 서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마피아들을 없애는 길이다. 이 더러운 마피아 사회를 청산하지 않으면 보수 진보를 떠나 이 나라가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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