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당내 문제 나서지 말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9-02-16 17: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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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 사이가 요즘 요상하리만치 부쩍 가깝다는 느낌이다.

    정말 둘 사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도대체 그동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처럼 급속하게 가까워진 것일까?

    거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나는 ‘뉴타운정책’이고, 또 하는 ‘MB 쟁점법안’이다.

    즉 ‘뉴타운’과 ‘MB법안’이 둘을 더없이 가까운 사이로 만들었다는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뉴타운과 MB법안을 대하는 정몽준 최고위원의 자세가 이 대통령의 눈에 쏘옥 들었고, 그래서 그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권력인 대통령이 한나라당 내 차기 대권주자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은 한마디로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아 미래의 권력을 만들어 내겠다는 뜻 아닐까?

    우선 ‘MB 쟁점법안’과 관련, 정몽준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달리 이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를 전폭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으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다.

    실제 정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한나라당이 국민과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한나라당은 영혼이 과연 살아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하는 등 ‘속도전’을 강행하지 못한 한나라당을 강하게 질타했다.

    반면 그와 함께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쟁점법안 속도전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짧은 회동에서 “쟁점법안일수록 국민 이해를 구하고 국민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니 이 대통령이 정 최고위원에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국민 뜻’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보다, 자신의 요구대로 ‘속도전’에 응할 태도를 보이는 정 최고위원이 얼마나 기특하게 보이겠는가.

    지난 11일 이 대통령과 정 최고위원이 청와대에서 비밀 단독 회동을 가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날 회동은 당초 예정보다 시간이 길어져 무려 2시간가량 배석자 없이 진행됐다고 하니, 상당히 많은 말들이 오갔을 것이다.

    물론 정몽준 최고위원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경제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날의 화두가 ‘경제’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말들이 오갔을 것이고, 어쩌면 차기 대권과 관련된 말들이 오갔을지도 모른다.

    앞서 정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친이계 의원 등 40여명의 비공개 회동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도 어쩌면 이를 위한 사전포석일지도 모른다.

    특히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뉴타운’이 둘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을 것이다.

    ‘용산참사’에서 드러났듯이 뉴타운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오세훈 시장이 “뉴타운을 반드시 손보겠다”거나, “더 이상의 뉴타운 추가지정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실패한 주택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몽준 최고위원은 오히려 뉴타운을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총선 당시 뉴타운 공약을 허위로 발표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재판에 직권 회부당할 만큼, 뉴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데도 정몽준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본지 1년이 됐고, 지난 2일 이 대통령과 당 중진·최고위원 오찬에도 함께 하지 못해 만남을 청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단독 회동은 지난해 5월10일 이후 9개월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 정 최고위원의 이번 극비회동은 그 의미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자신의 뜻에 순종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표보다, 자신의 뜻을 비교적 잘 따르는 정 최고위원을 차기대권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권력이니만큼 당내 경선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가 정 최고위원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 20%대로 폭삭 주저앉은 ‘MB 후계자’로 낙인찍힐 것이고, 그것이 본선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결국 보수정당의 재집권을 요원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대통령은 누가 차기 한나라당 대권주자 되든 제발 당내 문제에서 손을 떼어 주기 바란다.

    만일 집요하게 당내 문제에 간섭할 경우, 특히 차기 대권주자 선출과 관련해 배후에서 특정인을 조종할 경우, 그에 따른 분당 등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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