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생긴 일!

    기자칼럼 / 시민일보 / 2009-03-22 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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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보영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
    얼마 전 워싱턴으로 출장을 다녀오며 비행기에서 겪은 일이 다소 우스우면서도 느끼는 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모두가 불황으로 어깨가 쳐져 있을 때 이곳 미국땅의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작은 소동이 독자들에게 짧은 웃음을 선사하고 또 활력을 줄 수 있는 감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비행기 여행은 새벽 5시에 시작되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는 워싱턴과 세시간의 시차가 있으므로 하루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새벽잠을 설치고 항공기 출발 한 시간전인 4시경 공항에 도착하여 게이트에 이르니 이미 탑승이 시작되어 아침식사를 공항에서 하고자 하는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흔히 아침 시간대 노선에서의 기내식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생각들 하겠지만 이곳 미국의 사정은 좀 다르다. 항공서비스 분야의 규제가 완화 되면서 항공사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해 졌고 기내 서비스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저가형 항공사들이 국내선 운행의 기내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고 그나마 시행하고 있는 유료 서비스들도 신통치는 않다.

    아무튼 저가형 서비스들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꽤 재미있는데 눈에 띄는 장면들은 비행기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탑승 직후 벌어지는 머리 위 짐칸 확보전쟁이 바로 그 것이다. 가격경쟁을 벌이다 보니 요금을 낮추는 대신 수화물에 추가요금을 부과 하면서 발생된 새로운 광경이다.

    이날도 추가 요금을 피해 탑승객 거의 모두가 기내에 짐을 가지고 오다 보니 머리 위 선반에는 여유 공간이 전혀 없었다. 또 가지고 온 짐들을 올려놓기 위해 빈 공간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니 탑승시간 역시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

    기내로 진입한 탑승객은 아직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머리 위 선반은 다 차버리고 말았다. 이제 어찌하나 하고 지켜보니 항공기 문 앞에 수화물 관계자가 나와 미처 기내에 반입하지 못한 가방들을 수거해서 부치는 짐칸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비행기를 갈아 탈 때마다 반복 되었고 이미 모두들 익숙해져 있는 듯 했다. 특히나 빈자리를 만들지 않는 저가형 항공사들의 특성상 기내 분위기는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었는데 짐칸까지 저리 만원이니 웬지 숨쉬기가 힘든 것 같았다.

    하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지금부터다. 아침 비행기를 타며 경험했던 곤란한 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는 철저한 준비를 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공항 매점에 들려 햄버거와 과자류 그리고 치킨류등 간식거리까지 어느 정도 준비를 해서 탑승을 했다. 순조롭게 탑승이 완료되고 활주로를 달려 이륙을 하고 나니 주변자리 이쪽 저쪽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들 각자 준비해온 먹거리들을 꺼내어 맛있게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기차여행이나 소풍 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런 분위기랄까? 나 역시 준비해온 먹거리들을 꺼내놓고 만찬을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준비해온 음식들이 가지각색이었다. 나와 같이 햄버거나 샌드위치류를 비롯하여 치킨, 그리고 멕시코 음식의 일종인 부리토, 또 셀러드등 아주 다양한 메뉴의 향이 기내를 가득 채웠다. 역시 여행의 백미는 먹거리요 또 먹거리 중 최고는 자신이 직접 준비한 도시락일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기내 승무원들이 유료 서비스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에서부터 샌드위치와 스낵을 먼저 팔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음료 판매대가 따라오고 있었다. 샌드위치와 스낵은 좌석에 비치된 메뉴를 보고 번호로 선택하게 되어 있었는데 한국인인 내게는 한심하게 보일 정도로 입맛이 당기지 않게 생긴 모양이었다.

    샌드위치 판매대가 내 자리에 가까이 왔을 때 뒷좌석에 앉아있던 승객이 주문하는 소리가 들렸다. ""샌드위치 하나 주세요."" 이어서 판매를 맡았던 남자 승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팔려서 없는데요."" 그 승객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What?"" 이어서 그 승객이 다시 물었다. ""그럼 스낵을 하나 주세요."" 그러자 승무원의 말,""그것도 다 팔렸는데요.""

    내가 앉아 있던 자리는 비즈니스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당히 앞쪽의 자리였다. '벌써 음식이 떨어지다니' 하며 나는 내가 음식을 준비해 오길 정말 잘했구나 하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뒤에서 큰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라고 당신들 이 비행기에 샌드위치를 몇 개나 실었어?"" 라고 하자 승무원이 ""여섯 개였는데요"" 라고 답했다. 그 승객은 더욱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냈다. ""오후 다섯 시에 출발해서 5시간 40분을 비행하는 대륙횡단 비행기에 그것도 백 여명이 탑승해서 만석인 이 비행기에 겨우 샌드위치 여섯 개를 준비했다고?"" 하며 거친 소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화가 난 남자 승무원이 이에 맞서며 대들자 금새 큰 싸움이 날 것 같은 소동으로 이어져 버렸다. 가만히 앞자리에 앉아 듣고 있다 보니 나 역시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평소 정의감이라면 남 부럽지 않은 나였던 지라 뒷자리 승객의 편을 들어 주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라, 겨우 샌드위치 여섯 개를 준비했다니, 먹을 것을 준비 안 해온 승객들은 그야말로 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그 승객은 자신이 배가 고파 죽겠는데 이게 뭐냐고 한탄을 하자, 참으로 웃어야 할지 성을 내야 할지 묘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째 튼 승무원이 그 승객에게 계속해서 소란을 피우면 비상착륙을 하겠다고 위압을 가했고 그제서야 그 승객은 좀 진정하는 듯 했다.

    이어서 앞자리의 한 여자승객이 자기가 아직 샌드위치 박스를 뜯지 않았는데 그 안에 있는 쿠키를 제외하고 5달러에 사겠느냐는 제의를 했다. 그것도 중간자리에 위치한 치킨 먹는 아저씨가 서로의 소통을 위해 큰 소리로 중계를 하고 있었으니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재현 되고 있는 듯 하였다. 그 승객은 그 제의를 받아들여 결국 샌드위치 하나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할 때까지 계속해서 위스키를 주문해 마셨다.

    비행기 앞 편에서 벌어진 이 소동 때문에 뒤편에 앉아있던 승객들은 물어볼 기회도 불평이나 항의할 기회도 잃고 저녁을 굶어야만 했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배고플 때 다른 사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참 처량해 보인다. 혹 누군가 주변에서 미국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 하게 된다면 꼭 알려주기 바란다. 미리 준비를 잘해서 기내에 오를 것을 말이다. 미리 준비를 잘하셔서 여행길에 배고픔으로 마음이 빈곤해 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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