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경찰인데…"" 경찰유사복장 속출 '골치'"

    사건/사고 / 최지혜 / 2009-07-05 14: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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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제복과 유사한 복장을 입고 경찰을 사칭하며 벌이는 각종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경찰이 되고 싶었다는 이유로 경찰관 행세를 하며 불법주차 단속이나 치안활동을 하는가 하면 경찰을 사칭하다가 갑자기 강도나 성폭행범으로 돌변하는 등 경찰 행세의 이유와 모양새는 각양각색이다.

    #1. "경찰 제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A씨(31)는 지난 3월2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경찰관입니다. 길을 비켜주세요"라고 떠들다 때마침 소매치기범 검거에 나섰던 사복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을 사칭하다가 이미 4번이나 구속된 후 출소한지 100여일 만에 또다시 붙잡힌 것이었다.

    A씨는 주로 지하철역에서 '순찰'을 하거나 무전기로 순찰차를 부르는 시늉까지 하며 불법주차 단속을 벌였다. 찜질방과 술집 등에서 외상규모나 폐쇄회로(CC)TV 설치현황을 조사하는 등 '정보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A씨는 "경찰 제복이 너무 멋있어 보여 꼭 경찰이 되고 싶었는데 초등학교만 나온 데다 절도 전과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대문시장에서 경찰제복 등 경찰장비를 구입했다.

    #2. "나 경찰인데, 따뜻한 곳에서 쉬게 해 줄게"

    B씨(58)는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역 롯데시네마 근처에서 가출한 자매들에게 "경찰인데 따뜻한 곳에서 쉬게 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성폭행을 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영등포역 인근 자율방범대연합회에 가입해 방범대원 제복과 신분증 등을 준비해 경찰을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3. 마약사범 단속나온 경찰, 강도로 돌변

    2006년 말 30∼40대 남성 4명이 경찰신분증과 수갑을 앞세워 "기소중지자와 마약사범 단속을 하러 나왔다"고 서울 역삼동의 한 이발관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건물에 들어서자 강도로 돌변, 업주와 여종업원 2명을 묶고 수표와 휴대폰과 현금카드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같이 경찰관을 사칭하다 적발된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굳이 범죄가 아니더라도 경비원이나 청원경찰 등 경비업자의 복장도 경찰제복과의 구분이 쉽지 않아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일반인들은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진짜 경찰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군복의 경우 제조와 판매, 착용 등을 규제하는 법률이 제정돼 있지만 경찰제복이나 장비를 규제할 법률은 없다. 특히 최근에는 재래시장이나 인터넷 등에서 경찰제복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경찰을 사칭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법률에는 제작이나 판매에도 제재가 없다"며 "일반인들이 경찰 제복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다닌다면 다른 사람들은 분명히 경찰관으로 생각할 것이고 의도가 어떻든 사칭효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표 교수는 "경찰제복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군 복제에 준하는 법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이에 위배될 경우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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