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국 신설이라...

    기고 / 김유진 / 2009-09-15 15: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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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도지사가 교육국을 만든다고 하니 교육감이 교육청 소관인 교육문제를 왜 경기도에서 감놔라 대추놔라 참견하느냐는 식의 갑론을박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김문수 도지사와 김상곤 교육감 사이에 시작된 기싸움이 급기야 도와 도교육청, 도의회와 교원단체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등 편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쟁이 따로 없다.

    도내 교원단체들이 ‘교육자치 훼손을 저지하겠다’며 '교육자치 수호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행동에 나섰는가 하면 경기도의회는 의회대로 ‘반민주 반의회적인 행태를 중단하고 도민과 의회에 사과하라’며 도교육청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도교육청은 조례안이 상정될 경기도의회 본회의가 열리는 15일을 기한으로 잡고 200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생결단으로 치닫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도민들 보기에 민망한 것도 사실이다.

    다른 일도 아닌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관련 문제다. 아무리 신중에 신중을 더해도 부족한 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모든 분야에 있어 전문영역이 필요한 만큼 교육 역시 교육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문제 해결에 있어 교육자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다양성이 주를 이루는 시대다.

    이제 더 이상 어느 특정 부분의 독립된 공간만을 위한 정책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정치, 경제, 종교 등 어느 분야가 됐건 특정 분야를 떼어내 그 부분만 독자적으로 좋아지거나 나빠지게 할 수 있는 조정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이 된 것이다.

    우리 경제를 세계 경제와 분리해서 독자적 잣대만으로 판단할 수 없거나 인간의 건강이 간 건강 하나로 좌우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도에 교육국을 설치하는 문제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교육의 다양성 지향은 어쩌면 시대의 필연적인 요청인지 모른다. 전문성을 방패로 교육현장의 모든 것을 일방통행식이거나 폐쇄적으로 밀어붙이면 됐던 그동안의 ‘구태’만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이미 지났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자들은 교육에 대한, 주변의 ‘왈가왈부’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조언들이 교육현실에 대한 무지로 실현 불가능하거나 교육현장에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뜬구름 잡는 식의 발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참견이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튼실하지 않더라도, 짜증날 만큼 진부하더라도 일단은 귀 기울여 들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대부분 10여년 이상은 피교육자로 최소한의 경험을 거친 우리들이다. 교육에 대해 한 두 마디 정도는 개인적 의견을 피력할 만큼의 소양은 갖췄다는 소리다.

    교육은 자녀 문제와 직결된 지극히 예민한 분야인 만큼 지나가는 훈수에서 간혹 진주알을 건져 올리는 호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우리의 교육 현장은 지나치게 배타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도와 교육청 사이의 이번 갈등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계가 흔히 교육의 독창성이나 창조성 등을 이유로 외부 개입을 거부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개연성 없이 외세를 과도하게 거부하다가는 자칫 스스로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는 자해행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단지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는 미명으로 교육 외적 공간의 인재들이나 성공한 CEO, 학자들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개방이 완전히 이뤄진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교육경력이 전무한 CEO 출신이 총장으로 영입되거나 교육감으로 선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결국 성공한 경험에 의한 선택일 것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검증된 바와 같이 미국 교육은 세계 제일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개방된 인재풀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민학원에서도 교육분야의 전문가 그룹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보유한 경험과 기술을 학교 현장에 과감히 투입하고 배려하는 식의 인사행정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미진하지만 머지않아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기도의 교육국 신설로 인한 대립양상은 양 쪽 다 순수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걱정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관점을 달리한 고민의 일단이라면 반드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리라 믿는다.

    이제는 교육도 경쟁력을 위해 과감히 온 몸을 드러내고 간섭과 도움을 청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외부로부터의 관심이야말로 교육현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첨단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화를 외치던 대중의 관심이 경제발전으로 넘어간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어느 사이 ‘교육’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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