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과 히틀러가 망한 진짜 이유는

    기고 / 안은영 / 2009-11-10 17: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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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문화평론가)

    미실과 히틀러의 공통점을 꼽자면 모두 독재자가 되었다는 것. 또한 독재자의 품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예술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히틀러는 화가를 꿈꾸던 미술학도 였고, 오페라와 바그너의 음악에 빠졌다. ´발키리의 기행(The Ride of the Valkyries)´이 대표적이다.

    미실은 혼자 음악을 연주하길 좋아하고, 그림도 잘 그린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히틀러는 다혈질에 괴팍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매우 여린 성격이라는 분석이 있어왔다. 그가 사실은 여성이었다는 루머는 이를 방증하는 것이겠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분석 논문에서 히틀러는 직접 사사람을 죽인 적이 없으며 모두 다른 사람들을 시켰다고 말한다. 특히 유태인 학살의 경우에는 한 번도 유태인 수용시설에 가서 직접 사체를 본적이 없다고 했다.

    미실의 경우에 자신이 직접 죽이는 일보다는 자신의 수하들을 시켜서 죽인다.

    그리고는 미실은 눈물을 보이거나 슬퍼한다. 하지만 다시 밝은 모습을 보인다. 감정의 기복이 순식간에 변환된다.

    이러한 점은 나르시시스트이거나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는 예술가적 기질이 있는 이들에게 흔히 관찰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실이나 히틀러가 모두 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인자 형 리더십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2인자 리더십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영향력과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1인자 리더십을 고집했기 때문에 결국 망했다.

    힌덴부르크 다통령은 1933년 1월 30일 히틀러를 수상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히틀러는 7월 반대파를 탄압하고 일당 독재 체제를 확립한다. 1934년 8월 대통령 힌덴부르크가 죽자 대통령의 지위를 겸했다. 그 지위의 이름을 ‘총통 및 수상(Fuhrer und Reichskanzler:약칭은 총통)’이라 했다.

    즉 자신이 독자적으로 1인자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그는 단지 독일의 1인자만을 꿈꾼 것이 아니라 유럽 나아가 세계의 1인자를 꿈꾸었고, 이를 위해 세계2차 대전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는 현실을 무시한 독단적인 결정을 빈번하게 내렸고, 그것이 결정적인 참패를 불러오면서 결국 전쟁에서 패했고, 베를린 함락 직전 자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에 이르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신라를 좌지우지한 인물이다.

    2인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사실상 1인자였다.

    많은 화랑이나 관리, 백성들이 미실을 지지한 이유는 미실이 사심 없이 2인자의 위치에서 국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실이 그러한 평정을 잃고 자신이 왕이 되겠다고 나서면서 스스로 붕괴되기 시작한다.

    미실이 왕이 되겠다고 나선 이유는 춘추의 진골 발언과 덕만의 왕권 도전때문이었다. 미실이 2인자로 조용히 천하를 지배하던 것에 머물지 않게 되었던 것이 자멸의 시작이었다.

    드라마의 설정이 타당한지는 좀 따져 볼 필요는 있겠다.

    미실과 같은 인물이 자신이 직접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

    미실과 같이 산전 수전 다 겪은 노회한 인물이 애써 자신이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실은 왕이나 다름없는데 골치 아픈 왕의 자리에 오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말 현명한 이라면 진두에 직접 나서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2인자 리더십의 유형이다. 미실의 강점이기도 하고 그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김유신의 경우 사실상 왕과 다름없는 존재였지만 90여세를 사는 동안 2인자의 자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역사에 웬만한 왕을 능가하여 기록되고 있다. 그의 왕과 다를 바 없는 무덤의 크기도 이를 말해준다.

    왕이 된다는 것은 매우 달콤한 권력자로 올라가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미실은 이미 그것을 젊은 날에 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미실과 같은 인물은 덕만이나 춘추를 적당히 부추겨주고 뒤에서 많은 이득을 취하면서 여유롭게 살았을 것이다.

    갑자기 미실은 사기와 협잡, 폭력을 통해 정변을 일으키고 일종의 계엄령을 선포한 뒤에 공포정치로 자신이 왕위에 오르려 한다.

    이렇게 매우 저급의 전략을 쓰는 것은 치밀하며 명분과 실리를 잘 인식하고 있는 미실에게 맞지 않는다.

    미실이 왕이 되었을 때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여왕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이다.

    만약 그것만을 위해 움직인 존재라면 미실은 그렇게 대단한 이도 아니다.

    하나를 얻으려 모든 것을 잃는 비루한 인물일 뿐이다. 이러한 점은 미실 캐릭터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덕만-선덕의 승리를 위해 드라마의 전개상 그러한 설정이 중요했겠다.

    어쨌든 그동안 2인자형 리더십이 얼마나 역사적으로 중요한지 알고 있던 미실이 갑자기 무도한 1인자형 리더십을 사용해 오히려 붕괴되었다.

    그녀는 2인자에 머물렀다면 실리와 명분을 유지하고 역사에도 남았을 것이었다.

    한국 현실정치에서 2인자형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이 없다는 점을 미실이 붕괴 과정이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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