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시내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간 적이 있었다.

화재상황은 집 마당에서 플라스틱, 폐지 등 재활용품 일부를 집주인이 태우다가 불씨가 인근에 적재돼 있는 폐지 등에 옮겨 붙으면서 일어난 화재 사고였다.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주인은 당황한 나머지 맨손으로 활활타고 있는 플라스틱, 폐지 등을 집문 밖으로 던지면서 불길을 잡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때 집주인의 얼굴과 양손은 물론 온몸이 검은 그을음과 함께 화상이 심함을 알 수 있었다. 즉시 구급차를 이용해 집주인을 병원에 이송 조치하고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했다.

거센 불길을 잡고 잔화 정리 중 집 마당 가운데 녹이 슨 분말소화기 하나를 발견했다. 아마도 집주인이 소화기를 사용하려다 노후, 관리 불량 등으로 사용치 못한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주인은 화상 등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졌다. 화재 초기에는 소방차 한대의 역할을 하는 소화기를 평소에 잘 관리하고 사용법을 익혔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소방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해 왔으나 교육시설과 인력 부족 및 효과적인 교육홍보의 미흡 등으로 시민에게 다가서는 원활한 교육이 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소방안전교육은 각종 사고의 위험요소, 위급상황들로부터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다른 교육과는 차별화된 교육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더욱더 민간업체,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등 전 시민을 대상으로 계층별 소방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시민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현장위주의 맞춤형 소방안전교육을 강화해 시민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안전의식 수준을 한차원 높여야겠다.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세계일류 명품도시, 그리고 살기 좋은 안전한 도시로 만드는 것, 그것은 바로 소방의 역할과 더불어 안전을 생활화는 시민들의 몫임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