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우아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현실

    문화 / 김유진 / 2010-03-21 09: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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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한국에서 이런 분은 큐레이터가 될 수 없다.

    ? 큐레이터라는 명함의 힘을 믿고 예술가와 동등하거나 우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
    ? 화랑을 대관만 하는 곳으로 생각하여 호시탐탐 다른 화랑으로 옮겨갈 생각만 하는 분들.
    ? 화랑의 영업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미학적 근원만 탐미하시는 분들.
    ? 큐레이팅이 사회 복지 문화 사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말하자면 큐레이터란 참신한 전시회를 기획해 좋은 작가와 작품들을 많이 발굴하고 지원해 주어야 하지만, 봉사하는 게 기본이고 이익을 낼 수 없으면 안 된다.

    화랑과 작가가 살아남지 못하면 큐레이터가 무슨 소용인가.

    잘못하면 고급 실업자 되기 딱 알맞은 게 큐레이터다.

    학력 대비 가장 낮은 급여를 받는 사람이 큐레이터일지도 모른다. 작은 화랑에서 그림을 걸어주는 사람도 최소한 대학 관련 학과를 졸업했으니까.

    큐레이터라는 명함을 가졌다면 적어도 경력 3년이 넘었거나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999년 1월,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학예사 자격증 제도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제도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말이 좋아 학예사지 자격증 가지고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직함이 큐레이터라고 하니까 뭔가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속내는 몹시 어렵다.

    큐레이터란 직업은 결코 외부에서 보듯이 돈 많이 벌 수 있는 깨끗하고 고상한 직업이 아니다.

    대학 4년, 대학원 2년, 부모님 돈으로 공부 많이 한다. 고급 인력으로 사회에 나왔으나 갈 곳이 없다.

    오라는 곳도 없다. 국립이나 시립미술관 같은 곳은 1년에 겨우 10여 명 취업하는 정도다.

    사립 미술관이나 개인 화랑들은 능력보고 뽑지 않는다. 친인척이 더 많다. 인사동, 청담동, 사간동 등지의 화랑 큐레이터 첫 월급이 70만원에서 110만원 사이라는 걸 알면 많이 놀랄 것이다. 그나마 기회마저 없다.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에서 큐레이터는 나이가 20대나 30대 초반이 대다수이다.

    그러나 미술과 관련된 일을 전반적으로 경험하고 나서 축척된 능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본래의 큐레이터다.

    이만한 일을 몇 년 만에 이루기는 어렵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 큐레이터가 되려면 나이가 대충 40이 넘는다.

    우리나라 큐레이터의 힘은 영업에 있다. 전시 제목만 본다면 보통 사람의 눈에는 너무나 우아하다.

    광고 카피처럼 아름답다. "일상의 기억" "삶의 편린" "깡통으로 그린 그림" "형상" "정신" 등등. 제목에 세상의 좋은 것들이 다 들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목과는 전혀 딴판인 작품들이 즐비하다.

    현실과 무관한, 판매와 전혀 상관없는 이상적인 발상의 전시가 보통이다.

    미술 사조니 예술이니 미학이니 하는 어려운 것들은 보통 사람이 알려고 하지도 않지만 큐레이터는 개의치 않는 듯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닌 화랑에서 일을 시작했다면 영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화랑주도 동참해 같이 힘을 보태야 한다. 우선 살아야 한다. 우선 화랑 운영을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월 급여가 아까워서 미술 전공한 아는 이에게 자리를 내주기보다는 화랑이 마음먹고 건실한 큐레이터를 길러봄직도 하다. 영업이 서툴다고 미워하지 말고 작품 판매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고상함과 품위는 화랑주가 차지하고 영업은 뜻있는 젊은이에게 맡겨야 한다.

    미술계의 화두는 ‘영업’이기 때문이다.

    외국 미술시장에서 말하는 큐레이터는 당분간 잊어버리자.


    박철환, 목련, acrylic on canvas, 70x40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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