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너무 알아서 문제인 화가들

    문화 / 김유진 / 2010-04-14 09: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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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요즘 그림 유행이 어때? 내 작품은 영 팔리지가 않아. 미치겠어.”

    “뭐야, 구상이 다시 돌아온 건가? 지난번 키아프 때 보통의 구상 작품이 하나도 안 팔렸다고 하던데.... 극사실이 잘 팔리나?”

    “요즘 젊은 애들은 좋겠어. 손재주만 있으면 막 사주잖아.”

    “화랑도 그래. 뜬 작가하고만 자꾸 해먹으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옆 테이블에 앉은 몇 분 화가들의 푸념 섞인 대화들이다. 미술품이 유행을 탄다고 생각한다. 구상미술이었다가 추상미술이었다가 설치미술이었다가 하는 패션의 유행과 같다고 본다. 미술품의 형식이 유행을 타지는 않는다. 사회가 원하는 바대로 움직일 뿐이다. 혹자는 미술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따위의 무슨 이즘(ism)들은 말 잘하는 평론가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다. 예술가는 예술가이어야 한다. 이즘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에 대한 호칭일 뿐이다.

    “그 작품 지난 5월 경매에서 1,100만원에 낙찰 받은 거 맞죠. 그 작가를 관리하는 화랑에 가니까 호당 120만원이라고 하지만 인사동에서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파는 것 알고 있거든요. 20호 작품 1,500만원이라고 하셨는데 가격 조정 좀 하죠.”

    어느 콜렉터가 한 원로 화가의 작품을 사겠다고 그 화가의 매니저에게 물으니 마음에 드는 20호 작품을 2,400만원이나 달라고 했단다. 비슷한 작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아는 화가를 통해 1,500만원에 이야기가 오갔으니 한참 싸게 살 수 있었다. 그런데 권해준 그 미술품의 낙찰 가격을 알고 있다면서 더 깎아달라고 하다가 거래가 깨진 것이다. 한 달 전의 낙찰가보다 400만원을 더 준다는 것이 구매자 입장에서 배가 아플 수 있다. 그러나 차라리 모르고 있었다면 원로 화가의 매니저가 부르는 가격보다 훨씬 싸게 샀다고 좋아할 일을 적당히 아는 바람에 좋은 작품을 놓치고 말았다.

    같은 작가의 미술품이라 할지라도 경매시장의 가격보다 비싸거나 훨씬 싼 경우도 있다. 경매가 가진 매력이기도 하지만, 화가 입장에서 보면 단점이기도 하다. 구매자는 그 작품을 사지 못했다. 2,400만원보다 싼 1,500만원일 때 구매했어야만 옳다. 더 좋은 조건이 생겨날지도 모르지만 그러다보면 놓치고 만다. 구매자는 미술시장 구조에 대해 적당히만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술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구매 액수와 상관없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자 한다. 심지어 작가의 성격까지 궁금해 한다. 그렇게 많이 알면 콜렉터가 아니라 화랑을 운영해야 한다.

    미술품 콜렉션에 일가견 있었던 모 회장님의 생전 일화가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보물급 국보급에 준하는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분이다.

    “이 물건 정말 어렵게 구했습니다. 남들에게 보이지도 않고 제일 먼저 달려왔습니다.”

    골동품 상인의 말에 두말 않고 그가 부르는 가격을 치루고, 그가 돌아간 후에 그 골동품을 별 볼 일 없는 물건들 있는 곳에 처박아두라고 했단다.

    “가짜야.”

    “그런데, 왜?”

    “그래야 진짜를 가져오지. 가짜인 걸 알면서 샀다는 걸 그 친구도 알 거야.”

    더 큰 것을 위해 큰 것을 손해보는 전략이다. 미술품을 구매할 때는 지금 당장 돈이 안 되는 것이라도 적당선에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화랑 마진이 어떻고, 시장 현황이 어떻고, 투자 가치가 어떻다는 것은 몇천만원이 넘는 작품들이나 갖고 있는 힘이다.

    아는 만큼 ‘미술’이 보이지만 너무 많이 알면 ‘미술품’은 보이지 않고 돈으로 보인다. 강남에 있는 40억 아파트는 그들만의 집이다. 우리네 집은 5억도 숨가쁘다. 강남 복덕방의 복비가 얼마인지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복비가 아까워 직거래를 한다면 거래의 모든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하물며 미술품 거래는 오늘만 하고 끝낼 게 아니지 않는가.

    권효민의 작품은 앤디워홀과 같은 색채, 오선지위의 율동을 중심으로 밝고 자극적인 색을 통한 회화적 요소를 강조한다.

    권효민. 아이처럼. 혼합재료. 72.7×53.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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