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충완(인천 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우리나라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국가에서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번 평가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5개 분야를 놓고 진행됐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교육과 경제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급속히 G-2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는 중국이 59위에 머물렀다고 하니 새삼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에 마냥 뿌듯해하기에는 왠지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 오는 것은 어쩐 일일까?
경찰관으로서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면서 나날이 성장해 가는 나라의 겉모습과 국민 의식 수준간의 괴리에 허탈감을 느끼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도로교통법 위반 운전자들이 경찰관들에게 요구하는 격하처분 소위 말해 ‘싼 것을 끊어 달라’는 풍조이다. 필자는 교통 단속을 할 때마다 봐달라거나 싸게 끊어달라는 말을 십중팔구 듣는다.
아마도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자신이 법규를 위반하고도 경찰관에게 말만 잘하면 묵인되거나 싼 것을 끊어준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은 마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듯 당당한 태도로 싼 것을 끊어달라고 요구하곤 한다.
나이 지긋한 운전자는 물론 20, 30대 젊은 층까지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격하처분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면 격렬한 항의는 물론이고 근래 언론에 보도된 내용까지 들먹이며 경찰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 일쑤이다.
어떤 이들은 끝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애를 먹이기도 한다. 이러한 풍조는 유달리 정을 중시하고 매사에 원칙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일처리 방식을 선호하는 국민성에다, 예전 선배경찰관들의 떳떳치 못한 업무 행태도 일조했기 때문에 형성됐으리라 본다.
그러나 지금이 금품을 매개로 법이 부당하게 집행되는 시대도 아니지 않는가. 경찰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내기 경찰관으로서 이렇듯 휘어진 법집행 문화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위반차량 운전자들이 경찰관에게 사과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경찰관 개인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모두가 정해 놓은 규칙을 어겼으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고 이의가 있으면 절차를 밟아 문제 제기를 하면 될 일이다.
법과 공권력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통단속에 불만이 있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의신청을 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단속 경찰관에게 행하는 부적절한 언행은 또 하나의 범칙행위로 간주해 제재된다고 한다.
공권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으로 향하는 산적한 과제 중에 그 첫 단추를 원칙에 입각한 교통단속에서부터 끼워나가면 어떨까?
거의 문화적 현상이 돼 경찰의 의지만으로는 교정하기 힘든 그릇된 풍조를 바로잡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사회 전반에서 시작돼야 하다고 본다. 훗날 나의 후배 경찰들에게 격하처분이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시대가 있었다며 웃으며 얘기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국가에서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번 평가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5개 분야를 놓고 진행됐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교육과 경제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급속히 G-2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는 중국이 59위에 머물렀다고 하니 새삼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에 마냥 뿌듯해하기에는 왠지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 오는 것은 어쩐 일일까?
경찰관으로서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면서 나날이 성장해 가는 나라의 겉모습과 국민 의식 수준간의 괴리에 허탈감을 느끼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도로교통법 위반 운전자들이 경찰관들에게 요구하는 격하처분 소위 말해 ‘싼 것을 끊어 달라’는 풍조이다. 필자는 교통 단속을 할 때마다 봐달라거나 싸게 끊어달라는 말을 십중팔구 듣는다.
아마도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자신이 법규를 위반하고도 경찰관에게 말만 잘하면 묵인되거나 싼 것을 끊어준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은 마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듯 당당한 태도로 싼 것을 끊어달라고 요구하곤 한다.
나이 지긋한 운전자는 물론 20, 30대 젊은 층까지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격하처분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면 격렬한 항의는 물론이고 근래 언론에 보도된 내용까지 들먹이며 경찰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 일쑤이다.
어떤 이들은 끝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애를 먹이기도 한다. 이러한 풍조는 유달리 정을 중시하고 매사에 원칙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일처리 방식을 선호하는 국민성에다, 예전 선배경찰관들의 떳떳치 못한 업무 행태도 일조했기 때문에 형성됐으리라 본다.
그러나 지금이 금품을 매개로 법이 부당하게 집행되는 시대도 아니지 않는가. 경찰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내기 경찰관으로서 이렇듯 휘어진 법집행 문화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위반차량 운전자들이 경찰관에게 사과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경찰관 개인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모두가 정해 놓은 규칙을 어겼으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고 이의가 있으면 절차를 밟아 문제 제기를 하면 될 일이다.
법과 공권력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통단속에 불만이 있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의신청을 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단속 경찰관에게 행하는 부적절한 언행은 또 하나의 범칙행위로 간주해 제재된다고 한다.
공권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으로 향하는 산적한 과제 중에 그 첫 단추를 원칙에 입각한 교통단속에서부터 끼워나가면 어떨까?
거의 문화적 현상이 돼 경찰의 의지만으로는 교정하기 힘든 그릇된 풍조를 바로잡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사회 전반에서 시작돼야 하다고 본다. 훗날 나의 후배 경찰들에게 격하처분이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시대가 있었다며 웃으며 얘기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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