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인천계양경찰서 효성지구대)
아침 일찍 눈을 떠보니 어제 뉴스에서 알려 준대로 창문 밖 세상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 덮혀 있었다.
꽉 막히는 도로를 상상하며 두꺼운 옷을 입고, 목도리도 하고, 마지막으로 눈에 미끄러지지 않게 두툼한 부츠를 신었다. 아니나 다를까, 반짝이는 도로 위를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자동차들을 보며 ‘일찍 가기는 글렀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7시5분이면 와야 할 버스가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를 수십 번, 핸드폰 시계 쳐다보기를 수십 번 하다 택시를 타러 갔다. 이런 날 택시는 단연 인기 최고였다. 버스도 오지 않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 불안한 그 때,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늦은 거라면 좀 더 여유를 가지자’ 그랬더니 마술처럼 아침의 풍경이 내게 성큼 다가왔다. 온통 새하얀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백설공주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감탄이 절로 나왔으며,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의 결정체들은 알콩달콩 조그마한 솜사탕 모임이었다.
코 끝 시리운 추위는 작년에 산 목도리가 덮어 주었고, 차가운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와 기분 좋은 설레임을 가져다주는 털 부츠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그러한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생각보다 늦지 않게 도착해 마지막까지 즐거움을 만끽했다.
차가운 겨울 덕분에, 그리고 나를 맞이해준 눈 덕분에 아침의 삭막함을 여유로움으로 탈바꿈 하는 순간들이었다.
가장 단순한 것이 정답이라고 했던가? 마음이 조급하거나 답답할 때는 주위의 모든 것에 눈을 돌리고 감사해보자.
겨울이란 분위기 있는 계절에 감사하고, 따뜻한 옷에 감사하고, 내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에 감사하고 이렇게 계속 감사하다 보면 어제보다 더 행복한 오늘을 맞이할 것이다.
당신은 오늘 감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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