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값진 경험’

    기고 / 관리자 / 2011-01-10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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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민(인천강화소방서 예방안전과)
    ‘처음’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초심, 초지일관과 같이 의지와 다짐의 굳은 의미가 있는가 하면, 설렘이라는 가벼운 흥분, 두려움이라는 낯선 의미도 있다. 그 중에서 최고는 아마도 긴장감일 것이다.

    2년 전 인천 강화소방서 강화119안전센터에 생애 첫 출근을 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동하고 있었지만, 여자 대원인 날 보곤 마치 쇼윈도에 진열된 신상품처럼 신기한 듯 계속 질문을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선임들과의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서먹해 하던 와중에 갑자기 요란한 출동 벨이 울렸다.

    화재출동이었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나의 선임과 정신없이 펌프차량에 올랐는데, 이건 정말 큰일이었다. 신임 교육만 받았을 뿐 아직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터라 이러한 상황과 모든 진압 장비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아! 나 아직 불구경도 못해봤는데’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곧이어 도착한 화재진압 현장에는 연기와 불길이 집 한 채를 다 태우고 있었으며 순간 우리가 과연 진압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센터장님은 마치 ‘이건 불도 아니야.’하는 표정으로 화재를 진압하셨고, 나 역시 동동거리며 뛰어다녔지만 그저 불구경만 실컷 한 날이 되고 마는 건 아닌가, 한편으로 여자대원으로서의 자괴감이 들었다.

    거의 불길을 잡아갈 때쯤 센터장님이 어정쩡하니 돕고 있는 나를 보시곤 웃으시며 안전모를 씌워주셨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안전모도 심지어 공기호흡기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아! 나에게 안전모를 챙겨주시던 센터장님의 등을 보고 있자니, 감사함과 부끄러움에 눈물이 흘렀으며 너그러운 웃음에 용기가 생겼다.

    그런데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순간 아찔한 일이 일어났다.

    내 등 뒤에서 기둥이 무너져 나무가 스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금만 더 어정쩡하게 그곳에 머물렀다면, 그리고 센터장님이 주신 안전모가 없었더라면 첫 출근이 아주 비극적인 날로 기억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위기의 순간, 난 한 일이 없다. 경험도 없었고 장비도 갖추지 못했고 누군가를 구하지도 못했다.

    ‘처음’이라는 기분에 사로잡혀 긴장과 실수의 연속이었을 뿐. 다만 내가 무사했던 것은 그저 운이나 앞으로의 경고라고 생각하며 내 스스로를 위로했다. 불은 ‘처음’에 관대하지 않다는 경고, 진압할 때는 평정심을 가지고 불에 집중하라는 경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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