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엉터리 여론조사 퇴출되나

    고하승 칼럼 / 전용혁 기자 / 2011-02-15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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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18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 준 것은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다.

    실제 당시 한나라당 대의원과 당원 및 일반국민들이 참여한 현장투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앞섰다.

    한마디로 당심이나 민심 모두가 박근혜를 선택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은 박근혜가 아니라 이명박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여론조사에서 뒤진 박근혜 후보는 당심과 민심을 얻고도 경선에서 패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엉터리라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

    결국 민주당은 ‘여론조사 경선’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때 정당사 처음으로 여론조사 경선을 했던 민주당이 공교롭게도 9년 만에 가장 먼저 여론조사 경선을 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특위 관계자는 15일 “여론조사 경선을 원천 배제키로 한 데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크게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에 민주당 한명숙 후보보다 많게는 2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됐지만 개표 결과는 0.6%포인트차에 그쳤다.

    이에 따라 민주당 개혁특위는 대통령 후보 경선 시 100% 국민경선을 실시하고, 국회의원 후보는 국민경선과 당원 경선으로 뽑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예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를 경선에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는 정말 믿을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특등 공신으로 꼽히는 <조선일보>가 실토했다.

    실제 아산정책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화번호부에 집 전화를 등재(登載)한 집단과 등재하지 않은 집단 간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방식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원이 전화번호부 등재된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의 비중, 이들의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차이 등을 확인하기 위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1일부터 6일간 전국 성인 1003명을 RDD(임의번호걸기·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는 등재된 가구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집 전화번호를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전화번호부에 등재하지 않은 가구(63%)가 등재한 가구(37%)보다 훨씬 많았고, 이들은 대부분 반MB 성향이 강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화번호부 등재 가구에선 48%였지만, 비등재 가구에선 42%에 불과했다.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로 인해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엉터리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 셈이다.

    당시 필자는 한나라당 경선의 ‘여론조사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 문제와 함께, 과학적으로도 명백하게 오차범위가 존재하는 여론조사를 경선에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불가피하게 도입을 한다면, 오차범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인정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같은 정당한 주장을 묵살하고 말았다.

    결국 당심과 민심이 아닌, 여론조사 기관의 선택을 받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지금 우리 국민들이 겪는 고초가 너무나 크다.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도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위기설이 나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는 이런 엉터리 경선에 의한 엉터리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일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먼저, 여야 정치권이 나서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퇴출해야 하지 않을까?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민주당이 스스로 여론조사 경선을 사실상 퇴출시키기로 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다만 기왕이면 좀 더 일찍 이런 결정을 내렸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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