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야당과 야합해도 안 된다

    고하승 칼럼 / 전용혁 기자 / 2011-02-21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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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지도부가 개헌에 목을 매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 내 친박계와 국민들은 ‘개헌’의 ‘개(改)’자만 나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마당인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막무가내다.


    실제 당 지도부는 21일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개헌 특별기구를 당내에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억지로 만들다보니 그 모습이 정상은 아니다.


    특위를 최고위원회 산하에 두되 운영은 정책위원회에서 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안형환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절충안”이라고 설명했으며, 이재오 특임장관은 “기가 막힌 안”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그것은 ‘절충안(折衷案)’도 아니고, ‘기가 막힌 안’도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형안(畸形案)’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최고위 직속 기관을 정책위에서 운영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정책위에서 운영할 것이라면, 특위를 그냥 정책위 산하 기관으로 만들면 되는 것인데, 왜 이토록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최고위 산하 기관을 고집하는 것일까?


    안형환 대변인은 “특위를 정책위 산하에 두면 격이 떨어져 야당과 협상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즉 야당과 개헌논의를 협상하기 위해 특위를 최고위 산하에 두기로 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하다.

    여권 주류 측은 개헌 문제와 관련, 야당과의 협상 논의에 대단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허심탄회하게 (개헌) 논의를 시작해보자”고 야당에 ‘개헌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정략적 의도로 개헌이 추진된다면 나 자신부터 온 몸으로 막겠다"며 "한나라당은 어떤 예단이나 결론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여권 주류 측의 개헌논의 제안에는 아무런 ‘꼼수’가 없으니, 야당은 개헌협상 테이블로 나서라는 뜻이다.


    대체 여권 주류 측은 무얼 믿고 야당과의 개헌 협상에 대해 이토록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일까?


    물론 제 2 야당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여권 주류 측의 개헌논의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는 마당이다.

    하지만 제 1야당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반대하고 있지 않는가.


    실제 손 대표는 이날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 말려 달라는 게 민심”이라며, 개헌논의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여권 주류 측이 말하는 야당이라는 게 혹시 선진당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여권 주류와 선진당이 합세해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놓고 ‘여야 합의에 의해 개헌안을 만들어 냈다’고 우기려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다.


    여권 주류 측이 상식적인 집단이라면, 이런 생각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비정상적인 일들을 얼마나 많이 밀어붙여 왔는가.


    따라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민주당내에서도 이미 상당수의 동조자들을 만들어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정세균 최고위원이 최근 “한나라당이 개헌 단일안을 만들어 내면 협상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는가 하면, 박지원 원내대표도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은 개헌은 이미 실기했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분권형 대통령제가 소신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때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구주류 측 후보가 결선투표에 오를 만큼 폭넓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여권 주류와 민주당 구주류 간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재오 특임장관과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이 개헌에 대한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하지만 필자는 국민을 믿는다.


    설사 지역패권 정당들, 즉 영남지역의 한나라당과 호남지역의 민주당, 충청지역의 선진당 등이 저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 야합하더라도 국민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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