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들을 수 있다. 가슴으로.
누가 귀로만 소리를 듣는다 했던가.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 아이들은 관중의 함성과 열기를 뜨거운 가슴으로 느낀다.
영화 ‘글러브’는 실제 대한야구협회에 53번째로 등록된 성심학교 야구부 청각장애아이들의 전국대회 1승 도전기를 모티브로 각색한 영화다.
‘1000만 감독’ 타이틀을 가진 강우석 감독(51)이 이번에는 감동 드라마로 관객을 찾는다. 지난해 스릴러 영화 ‘이끼’로 보여준 변신과는 또 다른 시도다.
강 감독은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글러브’ 시사회에서 “신인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처음 건드려 보는 장르이니 담백하게 찍자고 했다”며 “20년 전으로 돌아가서 때묻지 않은 눈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너무 격한 장르에 몰입하고 뭔가 자극과 충격을 주려고 잔머리에 가까운 머리 회전을 하면서 영화에 대해 굉장히 많이 지쳤었다. 특히 ‘이끼’를 찍으면서 ‘영화 안 한다’는 표현도 했다”면서 “이번 영화로 굉장히 많은 치유를 받았고, 다음 영화가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한다”고 희망했다.
‘글러브’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 야구부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첫 도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정재영(41)이 불미스러운 일들로 구단 방출 직전의 위기에 처하자 이미지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청각장애 고교야구부 임시 코치를 맡아 아이들의 도전을 돕는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음악교사이자 열혈 팀매니저는 유선(35), 아이들이 졸업 후에 대학도 다니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야구부를 만든 교감은 강신일(51), 정재영의 헌신적인 매니저이자 고교친구는 조진웅(35)이다.
정재영은 “실제 야구를 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연습시키는 것이라 훈련양은 아이들의 5분의 1정도 밖에 안 됐다. 아이들이 고되게 야구 장면을 찍는 것을 보면서 영화 이상으로 감동받은 장면도 많았다”며 “눈이나 귀로만 보는 영화가 아니라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신일은 “사명감이나 책임감, 희생정신이 밑바탕에 있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실제 교감선생님을 만나니 사심이 없었다”며 “연기할 때 어떤 무거운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 사심없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회상했다.
유선은 “굉장히 어린 친구들의 밝고 개구지며 생동감있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고 돌아봤고, 조진웅은 “어떻게 하면 김상남을 사랑할까 했는데 아주 쉬웠다. 개인적으로 정재영 선배를 존경하고 사랑하는데 그 관계를 가져갔다”고 되뇌었다.
강 감독은 스포츠 영화가 어찌나 힘들었던지 치를 떨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시절 동대문 운동장에서 살다시피 했고 신인 감독 때 조감독들을 데리고 잠실 야구장에 자주 갔다는 그는 “조감독 출신인 김상진 감독이 야구 영화를 찍는다. 어제도 만나 잘 찍어라 했지만 (속으로는) ‘넌 이제 죽었어’라고 했다”며 “이제부터 야구 영화 대본 들고오는 PD는 죽는다”고 말해 주위를 웃겼다.
또 “처음에는 실제 충주성심학교 아이들 이름을 다 썼는데 ‘태양을 향해 쏴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답습하는 느낌이 있어 이름을 바꿨다”며 “야구를 조금 알고 찍었는데도 액션 신 찍는 것보다 수 십배는 힘든 것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성심학교의 꿈은 전국대회 1승이다. 영화 속에 그려진 것보다 야구 실력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승리를 하겠다는 의지는 영화보다 더 열정적이다. 성심학교 아이들이 영화를 본다면 용기를 얻어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비중있는 역할인 성심학교 투수 역에 장기범(22)을 캐스팅한 것에 대해 “캐스팅 원칙은 신인인 경우 눈을 본다. 눈빛을 보고 어떤 눈빛이고 어케 연기임할 지 대충 읽혀진다”며 “이 역할하면 되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따라왔다”고 추켜세웠다.
야구부 주장 역을 맡은 김혜성(23)은 “촬영이 없을 때도 붙어 다닐 정도로 (야구부원들간) 사이가 너무 좋았다”며 “팀워크도 좋았고, 서로에게 힘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투수를 연기한 장기범과 유격수로 나온 이현우(18)도 “최선을 다했다”며 힘을 실었다.
한편, 영화 ‘글러브’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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