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할 얘기가 개헌뿐인가

    고하승 칼럼 / 전용혁 기자 / 2011-02-24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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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2월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24일, 질의자로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구동성으로 개헌추진 명분을 설파하고 나섰다.

    개헌 바람몰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한나라당 질의자는 이군현, 권성동, 권택기, 박상은, 신지호, 조진래, 정미경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로 대부분 '개헌 찬성론자'들로 구성됐다.

    특히 이 가운데 권성동, 이군현, 조진래, 권택기 의원 등 4명은 '개헌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뜻을 같이하는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들로, 이들은 지난달 1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심야 회동을 갖고 개헌 문제 공론화를 결의하는 등 개헌론 확산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함께 내일로’는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원정부제 도입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의 초청강연회를 열어 개헌의 불씨를 이어가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권성동 의원은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 임기가 약 2년 남아있다.
    개헌을 위한 논의와 여야 합의를 위한 기간으로는 충분하다"며 "올해가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우리 국회가 또 다시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없다. 국회 차원의 특위구성을 제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미 당내 '개헌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행정부의 힘이 지나치게 크고 책임행정의 구현이 어려운데다 단임제는 조기 레임덕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거듭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진래 의원도 개헌의 필요성과 관련해 "1987년 당시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5년단임 대통령 직선제', '헌법재판소 제도 도입' 외에 5공헌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승자독식의 폐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두 의원의 질의 가운데 절반 정도가 개헌문제였다.

    심지어 이군현 의원과 권택기 의원은 대정부 질문의 거의 모든 부분을 개헌으로 채웠다.

    더욱 가관인 것은 김황식 총리까지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는 점이다.

    실제 그는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력해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며 "국회에서 논의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거쳐 헌법개정안이 만들어진다면 정부로서는 뒷받침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총리는 현행 헌법에 대해 "5년 단임제로 운영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한 뒤, "헌법에 대해 학계에서 논의되는 것은 권력구조 특히 사회의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변화나 환경 문제와 여성 문제, 다문화가 이뤄진 사회현상을 반영해 부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친이계가 추진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여당과 정부는 정말 개헌 이야기 말고는 할 말이 그렇게도 없는 것인가.

    지금 개헌보다 시급한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구제역 재앙, 전세대란, 물가폭탄, 가계부채 등은 물론이고, 흥신소로 전락한 국정원 문제 등등 국회차원에서 다뤄야할 사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런데도 중요한 국회 대정부 질문의 상당부분을 개헌에 쏟아 붓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18대 국회에서 개헌논의를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또 민주당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개헌은 이미 실기했고, 국민은 냉소적”이라며 개헌논의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 단일안을 제출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 임기불일치 조정 위해 대통령 임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개헌을 한다면, 총선과 대선의 동시선거를 위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필자가 이미 제안 했듯이 국회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왈가불가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라.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못하는가.

    국민이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보이콧 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그게 두렵다면 여권 주류 측은 이제 더 이상 개헌문제를 가지고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이쯤에서 접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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