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나팔수들과의 전쟁

    고하승 칼럼 / 전용혁 기자 / 2011-03-01 12:54:00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여야 정치권 일각에서 ‘개헌이 꼭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개헌을 발의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개헌은 필요하다’면서도 ‘청와대가 나서서 개헌 발의를 하거나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지난 28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에는 다양한 국가 의견이 수렴이 돼야 하니까 아무래도 국민의 대표로 형성된 국회에서 충분하게 논의를 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종시 수정안이나 미디어법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움직여 왔다.


    그런데 유독 개헌 문제에 대해서만 이렇게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니,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분명히 뭔가 다른 꼼수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개헌과 관련된 여론조사를 보면, 그 꼼수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9일과 20일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그 결과 개헌 찬성 의견은 무려 54.8%에 달했다.


    그러자 조중동을 비롯해 각 신문은 “국민 10명 중 6명이 헌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얼핏 보면 마치 친이계가 주도하는 ‘분권형 개헌’을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건 명백한 사기다.


    우선 개헌 찬성을 의견을 밝힌 54.8% 응답자 가운데, 다음 정권으로 미루자는 의견은 49.2%에 달한 반면, 현 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고작 41.4%에 불과했다.

    결국 ‘지금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54.8%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그나마 개헌 찬성 의견을 밝힌 응답자 가운데서도 ‘4년 중임제냐’, ‘분권형이냐’하고 물으면, 또 ‘분권형 개헌’ 찬성 의견은 반 토막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 찬성 응답자 가운데 ‘분권형’ 지지자보다 ‘4년 중임제’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한국일보>의 신년 여론조사 결과, 4년 중임제 지지는 37.6%인 반면, 분권형인 이원집정부제 지지자는 4.3%에 불과했다.

    거의 9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친이계가 추진하고 있는 ‘현 정권에서의 분권형 개헌에 대해 찬성하느냐’고 물으면, 찬성 응답률은 얼마나 나올까?


    개헌 찬성 54.8% 가운데 ‘다음 정권에서 개헌’ 응답자 41.4%를 빼고, 또 거기에서 ‘4년 중임제 찬성’ 을 빼면 10%도 안 나온다.


    즉 이 대통령이 직접 분권형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에 찬성률은 아무리 애를 써도 10%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청와대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회를 앞세워 각개격파에 나선 것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즉 개헌론자들은 일차적으로 개헌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개헌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시기가 되면, 개헌 필요성에 대해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를 다음 정권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설파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개헌론이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오르면 그 때는 ‘MB 나팔수’인 보수언론을 총동원해 ‘이원집정부제’의 장점을 집중 홍보하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른바 ‘조중동매’에 종편이라는 선물을 안겨 준 것은 이를 위한 사전포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조중동매’는 종편을 선물 받았지만, 광고시장이 한정된 상황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파이를 키울 필요가 있고, 조중동매는 이명박 정부에 매달려 광고시장을 넓혀 달라며 애걸복걸하고 있지 않는가.


    그 대가로 이들 언론사들은 ‘분권형 개헌 나팔수’가 되어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보도를 쏟아낼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고, 국회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하는 배경에 이런 노림수가 깔려 있을 것이다.


    어쩌면 국민은 이런 친MB 언론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국민은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