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공천’ 시험대에 오른 나경원

    고하승 칼럼 / 전용혁 기자 / 2011-03-06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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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요즘 당내 공천개혁 특위 위원장으로서 제법 올곧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마치 그가 개혁공천의 여전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실제 나 의원은 "공천개혁을 하지 않으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특위가 최고위원회에 제출한 공천안이 ‘필승’의 전제조건임을 역설하는가하면, "4.27 재보선부터 모든 선거구에 국민과 당원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27 재보선부터 공천개혁안을 적용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촉박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그것은 의지가 없어서 그렇다”고 일축했다.

    4.27 재보선 때부터 모든 선거구에 적용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또 ‘공천개혁의 최대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결국은 권한을 가진 분들이 버려야 한다. 기득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현역의원들도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모두가 맞는 말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나 의원의 이런 발언들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느냐 하는 점이다.

    즉 그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신뢰성 있는 정치인이지, 아니면 한 입으로 두말 하는 가증스런 정친인지는 곧 판가름 난다.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 나 의원의 지역구인 중구 구청장 선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나 의원 자신이 만들어 제출한 안대로 경선을 통해 구청장 후보를 선출 하면 그는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긴 신뢰성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밀실공천’을 자행하거나 중앙당의 ‘낙하산 공천’을 묵인할 경우에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른 ‘가증스런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구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나 의원과 같은 동향, 즉 나 의원과 같은 충북 영동 출신 인사가 은밀하게 공천 내락을 받고 구청장 선거 출마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

    바로 지난 25일 중구로 주소지를 옮긴 최창식 전 서울시 부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만일 소문처럼 그가 경선 없이 공천을 받을 경우, 그것은 지역연고를 앞세운 ‘밀실 공천’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나 의원은 이런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구청장 후보 선출은 반드시 개혁특위가 최고위에 제출한 상향식 공천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경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나의원이 최고위에 제출한 경선 방식은 ‘2:3:3:2(책임당원 20%, 일반당원 30%, 일반 국민 30%, 여론조사 20%)국민경선제’를 실시하되, 선거인단 규모를 유권자수의 3% 이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중구 구청장 후보 선출은 바로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또한 현재 지역에서 구청장 후보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자 인간의 기본 도리이기도 하다.

    실제 중구에서는 임용혁 전 구의회 의장과 안희성 전 서울시의회 의원 등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기 위해 일찌감치 표밭갈이를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모든 것은 나의원의 선택에 달렸다.

    구청장 후보 공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면 나경원 의원이 한 입으로 두말 하는 ‘가증스런 정치인’인지, 아니면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신뢰성 있는 정치인’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과연 나 의원이 자신이 한 말처럼 기득권을 버리고, 이번 재보선에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밀실공천으로 중구민들을 실망케 만드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는 말이다.

    모쪼록 온갖 거짓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권에 그래도 어느 누군가는 바른 말하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중구민들에게 꼭 보여주기를 바란다.

    거듭 말하지만 동향 출신의 특정인을 밀실공천 하는 것은 반대다.

    당 개혁특위 위원장으로서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무리 거짓이 난무하는 정치권이라지만, 애초부터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개혁 공천을 할 생각도 없으면서, 입으로만 ‘상향식 공천’과 ‘이번 재보선부터 개혁 공천적용’을 그토록 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고 싶다.

    나 의원은 부디 상향식 공천을 통해 이 같은 유권자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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