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기고 / 진용준 / 2011-03-28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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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현(인천 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박상현(인천 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바야흐로 봄이다. 올 겨울이 유난히 혹독하고 길었기에 봄을 맞는 마음이 남다르다. 그토록 기다리던 임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화단에 꽃을 심는 일꾼들의 손길에서, 길을 걷는 여인들의 화사한 옷차림에서 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지구대 근무 중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일어나 봄을 맞는 마음을 무겁게 했다. 몇 주 전 새벽 3시경, 술에 취해 사람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다.

    으레 취객이 정신을 잃고 자고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도착해보니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어 상태가 위급함을 직감했다. 곧바로 119에 연락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뇌를 다쳐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후에 조사해보니 쓰러진 사람은 집 바로 앞에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이었다.

    며칠 전 밤에는 여자가 칼에 맞았다는 신고를 받았다. 위급상황이다. 사이렌을 켜고 황급히 출동했다. 도착해보니 길가에 쓰러져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인이 있었고, 그 옆에는 한 남자가 피가 흥건한 헝겊을 손목에 묶고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급히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후송한 후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가 여인 앞에서 홧김에 손목을 칼로 그었다고 했다. 병원 측에서는 상처가 깊어 수술 경과를 봐야한단다.

    현재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건물이 붕괴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기에 이를 감당하는 인간의 미약함이 더욱 도드라지는 일이다.

    그러나 평소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온 일본이기에 어쩌면 더 심해질 수 있는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한 것은 아닐까.

    전기와 수도가 끊겨 먹을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 한 호텔에서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우동 10그릇을 두고 다투기는커녕 서로 양보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놀랐다. 서로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일본 특유의 예의정신이란다. 위급한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이 보여주는 침착함과 냉정함은 참으로 놀랍다.

    사람이 나고 죽는 것은 손쓸 겨를 없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선택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다. 우리가 그냥 흘려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순간이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세상의 한곳에서는 순식간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정신 차릴 여유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반면 그 순간 어디에선가는 자신의 실수나 의도로 목숨을 스스로 져버리기도 한다.

    내 앞에 남겨진 생의 한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명이 잉태하는 화창한 3월, 어떠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바야흐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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